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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론 최훈 타대오 신부

알곡과 쭉정이

 

추수가 다 끝나 황금물결 출렁이던 들녘은 내년을 기다리며 차분히 비워져 있습니다. 봄의 푸르름을 기다릴 수 있는 씨앗은 쭉정이가 아니라 알곡입니다. 알곡은 뜨거운 여름을 지나며 속이 영글어 그 안에 생명을 간직하고 있지만 쭉정이는 속이 차지 않고 껍질만 영글어 겉모양은 알곡이랑 비슷한데 키질을 하면 속이 비어 바람에 날려버립니다. 키 속에 남은 알곡은 자루에 담겨 곳간에 보관하지만 바람에 날려 마당에 흩어진 쭉정이는 슥슥 비질해서 아궁이 불 속에 쓸어 넣어버립니다. 


우리가 알곡으로 영근다는 것은 물과 성령으로 세례를 받은 우리 속이 주님 사랑으로 잘 영글어 꽉 차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는 주님 사랑으로 잘 영근다는 것을 오늘 제2독서의 사도 바오로에게서 봅니다. 필리피서의 말씀을 읽고 있노라면 사도 바오로는 주님 사랑으로 잘 영글어 있는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주님 안에서 늘 기뻐하십시오.”
“여러분의 너그러운 마음을 모든 사람이 알 수 있게 하십시오.”
“아무것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떠한 경우에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간구하며 여러분의 소원을 하느님께 아뢰십시오.”
“그러면 하느님의 평화가 여러분의 마음과 생각을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지켜 줄 것입니다.”


사도 바오로는 이 말씀대로 사셨습니다.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둘째 서간 11장에서 수고와 고생, 굶주림과 목마름, 추위와 헐벗음 등등, 사도로서 겪은 수많은 고난을 열거합니다. 뭐든지 잘 되어서 평안한 것이 아니라 주님 때문에 평안합니다. 그리스도인의 참된 평안함과 충만함이 느껴집니다. 


한국교회는 주님 성탄을 기다리는 대림 제3주일을 자선 주일로 정하고 있습니다. 자선은 마지못해 하는 의무가 아니라 감사함에서 흘러나오는 나눔입니다. 전 세계가 아직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고통 속에 있습니다. 이 고통 속에서 우리 교회가 주님 때문에 감사하고, 주님 때문에 충만해져서 세상에 위로와 희망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자선은 알곡의 증표이며 실천하는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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