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3일 연중 제3주일(하느님의 말씀 주일) 강론

posted Jan 20, 202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Extra Form
강 론 김유태 비오 신부

“하느님의 선하신 영이 저를 말씀의 길로 인도하게 하소서.”

(시편 143,10 참조)

 

1독서의 에즈라가 그 뿌리를 아론 집안에 두는 사제이면서 율법 학자, 곧 율법의 형태로 백성에게 전해지는 하느님 말씀(탈출 24,12)을 일러주는 예언자(신명 18,18 참조)로 활동할 수 있었던 이유는 두 직분이 모두 말씀에 봉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언자와 사제의 뿌리 격인 모세(신명 34,10)와 아론(탈출 28,1)은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기 위해 불림 받아(탈출 4,14-16) 서로의 자리와 역할을 공유하는 모습을 보인다. 가령 예언자 모세는 사제들이 거행해야 할 속죄 예식(레위 4장)을 몸소 보여주었고(레위 8장. 특별히 8,34), 사제인 아론은 모세의 입(탈출 4,16), 곧 예언자(탈출 7,1-2)로서도 활동하며 모세 대신 그의 지팡이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였다(탈출 7,9-10 등). 무엇보다 모세와 아론이 함께 만남의 천막에 들어갔다 나와 백성에게 축복하는 모습(레위 9,23)은 두 직분이 함께 같은 목적을 위해 봉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결합의 온전한 모습은 말씀 자체이신 예수님(요한 1,14)에게서 발견할 수 있다. 예언자로 칭송받는 그분께선(마태 16,13-14와 병행구) 율법과 예언서, 곧 하느님 말씀을 완성하셨고(마태 5,17), 한편 죄를 용서해 주시려 많은 사람을 위해 피를 흘리심으로(마태 26,28) 대사제로서의 면모도 보여주신다(히브 7,27-28). 예수님께선 십자가라는 제단에 들어갔다 나오시어 승천하실 때 제자들에게 강복하시는데(루카 24,50), 이는 모세와 아론에겐 나뉘어 있던 것이 당신 안에서 온전히 결합되어 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듯하다.


이 결합은 그분을 기억하여 거행하는 미사, 곧 말씀 전례와 성찬 전례라는 두 축 안에서 재현된다. 그러나 단순히 재현되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미사에 참여한 모든 이들은 말씀 전례 안에서 말씀을 듣고 화답하는 가운데(마치 루카 2,46의 소년 예수님 모습처럼) 예수님의 예언직을, 그리고 성찬 전례 안에서 노력과 희생 등 자신을 상징하는 예물을 봉헌함으로 당신 자신을 예물과 제물로 내어놓으신(에페 5,2) 예수님의 사제직을 배우며, 더 나아가 세상에 파견되어 그 직무를 수행해나갈 것 또한 요청받는다. 말씀에 뿌리내리고 말씀께서 모범을 보이신 두 직무는 이제 우리에게서 드러나야 한다.


하나 더 기억할 점은 그 직무를 뒷받침해주는 힘, 곧 성령이시다. 예수님께서 봉독하신 이사야서의 내용처럼, 그분께서는 성령의 힘을 지니고 계셨다. 이 성령께선 말씀이 세상에 자리 잡고 모습을 드러내시는 데(루카 1,35 참조), 그리고 말씀의 직무가 드러나야 할 자리로 이끄시는 데(루카 4,1) 도움을 주셨다. 제자들에게도 전달될 성령께선 말씀이 자리 잡는 데(요한 14,26; 16,13), 더 나아가 2독서에서 언급하는 은사들, 곧 말씀께서 보여주신 직무에서 우러나오는 일들을 이끌어내는 데(1코린 12,11) 도움을 주실 것이다. 우리는 성령의 도움을 청하는 가운데 말씀과 결합하여 그분의 직무를 수행해나갈 수 있다.


성경을 읽기 전에 드리는 기도는 이미 그 사실을 우리에게 가르쳐주고 있었다. “주님, 성령의 빛으로 저희 눈을 여시어 주님의 길을 보게 하시고 저희 귀를 여시어 생명의 말씀을 듣게 하소서.” 하느님의 말씀에 더욱 가까워지길 요청받는 ‘하느님의 말씀 주일’로 시작되는 이번 주가 성령의 도움 아래 말씀의 길을 걸어가는 시간이 되시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