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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론 김동윤 율리아노 신부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먼저’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루카 6,36)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우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라 하십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자비로운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바로 예수님께서 가르쳐주십니다.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루카 6,31) 우리가 소위 ‘황금률’이라고 부르는 예수님의 이 말씀은 우리를 조금 불편하게 만들 수도 있지만, 예수님의 이 말씀에는 말 그대로 권위가 실려 있습니다. 그저 우리에게 하시는 명령이 아니라, 주님께서 ‘먼저’ 삶으로 실천하셨기 때문입니다.


이는 지상에서의 예수님 삶을 초월하여, 세상 창조 때부터 그랬습니다. 모든 창조물이 존재하기 전에 창조주 하느님께서 ‘먼저’ 존재하고 계셨고, 사람을 창조하시던 순간에도 하느님께서는 흙의 먼지로 사람을 빚으시고 그 코에 생명의 숨을 불어넣으심으로써 살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을 ‘먼저’ 충족시켜 주셨습니다(창세 2,7 참조).


이렇게 우리 주님께서 ‘누군가가 나에게 해주기를 바라는 것’을 위시하여, 그 모든 것들의 전제 조건이 되는 ‘생명’을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먼저’ 주고 계시다는 이 사실은 오늘 제1독서로 들은 사무엘기 상권을 통해서도 비유적으로 드러납니다.


사울이 잠든 사이에 그의 머리맡에서 “창과 물병”(1사무 26,12)을 가지고 나온 다윗은 우리로 하여금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 장면을 떠올리게 합니다. “군사 하나가 창으로 그분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러자 곧 피와 물이 흘러나왔다.”(요한 19,34) 그런데 다윗은 사울에게 젊은이 하나를 시켜 “창”을 도로 가져가게 합니다(1사무 26,22 참조). 그렇다면 “물병”은?


이 장면을 통해 우리는 그 “물병”이 우리에게 계속해서 주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바로, 죽음의 “창”은 우리에게서 떠나 보내고, 생명과 구원의 예수 그리스도의 “피와 물”이 담긴 그 “물병”은 여전히 우리에게 주어진 채로 남겨져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에게 구원의 시작을 알리는 ‘세례성사’와 우리의 하루하루를 구원으로 이끌어주는 ‘성체성사’로 상징되는 그 “피와 물”입니다.


이렇게 세상 창조 때부터 시작하여 지금 이 순간, 그리고 영원히. 우리 주님께서는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라는 당신 말씀의 모범을 위해, ‘생명’을 시작으로 하여 끊임없이 우리에게 ‘먼저’ 해 주심으로써 우리를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자비’에로 초대하고 계시다는 사실을 우리 마음속 깊이 새기며 오늘 미사를 봉헌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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