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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론 박진용 프란치스코 신부

변하는 세상 가치의 흐름 안에 변치 않는 생명의 길

 

교황 프란치스코는 2019년 성탄 강론 중에 오늘날 그리스도교 신앙이 일상 삶의 바탕이 아니라, 오히려 조롱당하고 소외받으며 비웃음마저 사고 있다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했습니다. 이런 상황은 코로나 시대를 지내며, 더욱 심각해졌습니다. 사회에서 그리스도교 신앙이 일상에 자리 잡는 것은 고사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이유로 신앙이 우리 삶에서 분리되어 상황에 따라 쉴 수도 있는 취사 선택 가능한 것처럼 치부되기도 합니다. 우리가 마주한 이러한 현실 앞에서, 오늘 말씀은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할지 그 방향을 제시해 줍니다.


제1독서의 집회서는 물밀듯이 들어오는 헬레니즘 문화의 홍수 속에서 이스라엘 전통 신앙에 의문을 품는 이들에게 신앙의 전통이 주는 지혜를 거듭 강조하기는 합니다. 제2독서의 배경인 코린토는 지정학적으로 항구도시로서 부유했지만, 우상 숭배나, 윤리적 문제와 파벌 싸움, 심지어 부활에 대해 믿지 않는 사람들(1코린 15,12) 마저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은 집회서와 코린토 1서의 시대보다 세상의 가치관이 끼치는 영향이 더욱 커졌습니다. 당장 주변을 살펴보아도, 교회 전통이 수호하고 있는 가치는 마치 고리타분하고, 오래된 것 중 하나로 여겨지기까지 합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집회서는 그 해답을 지혜의 근원, 곧 주님으로부터 찾습니다. 주님께서 주시는 지혜를 잡기 위해서는 주님의 계명을 따르는 것이 중요한데, 곧 율법을 충실히 지켜야 한다고 강조합니다(집회 1,1 참조). 그렇다고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시대는 코린토 1서의 시대보다 낫기는커녕 무엇이 좋은 나무인지, 나쁜 나무인지 분간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코린토 1서는 그 해답을 십자가의 어리석음에서 찾습니다. “멸망할 자들에게는 십자가에 관한 말씀이 어리석은 것이지만, 구원을 받을 우리에게는 하느님의 힘”(1코린 1,18) 이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에서 드러나는 주님의 지혜는 빠르게 변하는 현대 사회, 그리고 신앙이 선택 가능한 대상으로 전락한 오늘날 안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마련해 줍니다. 


예수님께서도 “좋은 나무는 나쁜 열매를 맺지 않는다. 또 나쁜 나무는 좋은 열매를 맺지 않는다.”(루카 6,34)라고 단호히 말씀하시며, 생명의 길과 죽음의 길 사이에서 머뭇거리는 우리의 상황에서 그 답에 확신을 다시 주십니다. 주님께서 마련해 주시는 생명의 길은 어느 무엇과도 바꿀 수 없으며, 세상의 가치관 변화를 초월한 은총이기 때문입니다. 이 생명의 길은 주님의 십자가에서 드러내신 지혜를 통해 변함없이 비추어질 것이며, 이는 주님의 계명 안에서 세상이 변할지라도 변치 않는 진리로서 더 단단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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