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3일 사순 제2주일 강론

posted Mar 10,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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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론 조우현 십자가의 요한 신부

주님과 우상 파괴자들

 

랍비 미드라쉬 전통에 따르면, 아브라함은 “우상 파괴자”(smasher of idols)이다. 그의 아버지 테라는 다른 신들을 섬기며(여호 24,2) 사람들에게 우상을 판매하는 상점을 운영했는데, 아브라함은 그 상점에 들어오는 이들 앞에서 우상을 박살 내며 테라와 언쟁을 벌이곤 했다(Genesis Rabbah 38).


테라가 죽은 뒤, 아브라함은 하느님의 말씀에 몸을 맡기고 세상 곳곳에 천막을 치며 돌아다니는 순례자가 된다. 이 순례를 통해 아브라함은 참된 의미의 우상 파괴자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주님의 말씀은 아브라함을 고향에서 이끌어 내어 평생을 이방인으로 살게 했다. 이 여정 중에 절대 타자他者이신 하느님께서 아브라함과 끊임없이 만나주셨고, 그 결과 아브라함은 자신의 민낯을 보게 되며(창세 12,10-20; 15,1-21; 16,1-16; 18,16-33; 20,1-18; 21,1-21) 일종의 실존적 변화를 겪게 된다(17,5). 그의 순례는 모리야 산에서 절정에 다다른다(22,1-19). 아브라함은 주님의 말씀에 따라 자기 인생의 가장 달콤한 열매, 곧 이사악을 희생 제물로 바쳐야 했다. 이는 아브라함 자기 자신으로부터 결코 나올 수 없었던 원의와 생각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 피부에 와닿게 자기와 다른 분이신 하느님을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 끝내 아브라함은 이사악으로 상징되는 자기 자신 또는 자기 인생의 의미의 전부를 하느님께 내놓았는데, 이것이 바로 우상 파괴의 본질을 이루는 행위이다. 우상이란 사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사도 19,26). 반대로 아브라함은 이사악을 바침으로써 하느님의 말씀과 약속의 실현이 사람의 손에 달려 있지 않음을 표현했다. 이렇게, 하느님께서 의롭게 여기신 아브라함의 믿음(1독서)이 드러났다.


오늘 복음에 따르면, 예수님의 변모 사건은 아브라함이 보리라고 기뻐한 예수님의 때(요한 8,56), 그분의 수난과 부활을 지향한다. 이 자리에 예수님과 함께 있는 이들은 모세와 엘리야, 곧 아브라함처럼 자신과 다른 하느님을 섬긴 우상 파괴자들이다(탈출 32-34; 신명 3,23-29; 1열왕 18,1-19,18). 이들이 우리 주님의 수난과 부활에 대해 이야기하였다는 것은 구원 역사 안의 모든 우상 파괴자들이 그 사건에 참여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실제로,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자기 비움과 부활은 온 인류에게 절대 타자이신 하느님의 현존을 계시하며 우상 파괴의 정점을 찍는 사건이었다.


변모하신 주님의 빛에 이끌린 이들은 주님의 자기 비움을 따르며 주님과 함께 부활하는 삶에로 초대받는다(“이는 내가 선택한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필리 2,6-10; 2독서). 신앙 선조들의 전구를 청하며 우리 역시 또 다른 우상 파괴자들로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타자성을 드러내는 사건들과 타인들 앞에 자신을 비우고, 부활하신 주님의 섭리를 희망하며, 우리와 다르신 하느님을 섬기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