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146 추천 수 0 댓글 0
Extra Form
강 론 정재덕 안토니오 신부

회개는 죽음을 피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마주하게 합니다.

 

오늘도 누군가는 사고로 죽음을 맞이하고, 누군가는 자연재해로 죽음을 맞이하기도 합니다. 또한 누군가는 폭력이나 전쟁으로 인해서 원하지 않은 죽임을 당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죽음 앞에서 우리는 주님께 묻습니다. 주님 도대체 이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합니까?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1세기경의 2가지 갑작스러운 죽음들을 마주합니다. 첫 번째는 빌라도가 갈릴래아 사람들을 죽였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18명의 사람들이 무너지는 탑에 깔려죽었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잔혹한 행위로 인한 죽음과 우발적인 사고로 보이는 죽음을 나란히 연결시킵니다. 예수님은 죽음이 죄의 크기와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갑자기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십니다. 대신 우리가 회개할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스스로가 어찌할 수 없는 갑작스러운 죽음은 그 자체로 비극이기도 하지만, 죽음 이후 회개할 수 있는 기회를 더 이상 연장하지 못한다는 것이 더욱 비극일 것입니다.


다행히 복음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예수님은 3년 가까이 열매를 맺지 않았던 무화과나무의 비유를 이어서 말씀하십니다. 그 무화과나무는 포도밭을 관리하던 포도 재배인의 설득 덕택에 주인으로부터 다시 열매를 맺을 수 있는(회개할 수 있는) 기회를 받게 됩니다. 그 무화과나무는 열매를 맺지 못해서 당장 죽음을 맞이하지는 않지만 그 유예기간은 한정됩니다. 


흥미롭게도 오늘 1독서와 2독서는 복음에 등장하는 회개의 두 측면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먼저 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악을 탐내거나 투덜거리지 않도록 “광야에서 죽어 널브러진”(1코린 10,5) 이스라엘 백성들을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한편, 1독서에서 하느님께서는 이집트에 있는 ‘내 백성’이 겪는 고난을 똑똑히 ‘보았고’, 울부짖는 그들의 소리를 ‘들었으며’, 그들의 고통을 ‘알고 있다’고 표현하십니다. 이스라엘이 겪는 고초는 하느님께서 그들을 돌보시지 않는다는 것을 뜻하지 않았습니다. 하느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서 죽어 널브러질” 것을 알고 계셨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개할 기회를 주시기 위해 그들을 이집트에서 이끌어내시는 자비를 베푸십니다.


예수님은 우리가 죄 때문에 죽음을 맞이한다고 경고하시는 것이 아니라 죽음이 닥치기 전에 회개하지 못하는 것을 경고하십니다. 또한 예수님은 열매를 맺기 위한 시간과 거름을 받은 무화과나무처럼 우리가 지금 회개를 위한 하느님의 자비를 이미 받고 있음을 지적하십니다.


우리는 아직 살아 있는 하느님의 사람들입니다. 다른 사람의 갑작스럽고 불합리한 죽음 앞에서 우리는 하느님께 항거하기보다 살아 있는 시간 동안 회개를 준비해야 합니다. 회개는 죽음을 피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 죽음을 맞이하고 하느님을 담대히 마주할 수 있게 할 것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에게로 머리를 돌릴 수만 있다면, 여러 가지 죽음을 피하지 않고 받아들일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회개를 통해 하느님과 담대히 마주할 수 있게 된다면,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한 이들을 위해서도 주님의 자비를 간청할 수 있을 것입니다.

 

 


  1. 3월 20일 사순 제3주일 강론

    회개는 죽음을 피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마주하게 합니다. 오늘도 누군가는 사고로 죽음을 맞이하고, 누군가는 자연재해로 죽음을 맞이하기도 합니다. 또한 누군가는 폭력이나 전쟁으로 인해서 원하지 않은 죽임을 당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죽음 앞...
    Date2022.03.17 Views146 file
    Read More
  2. 3월 13일 사순 제2주일 강론

    주님과 우상 파괴자들 랍비 미드라쉬 전통에 따르면, 아브라함은 “우상 파괴자”(smasher of idols)이다. 그의 아버지 테라는 다른 신들을 섬기며(여호 24,2) 사람들에게 우상을 판매하는 상점을 운영했는데, 아브라함은 그 상점에 들어오는 이들 앞에서 우상을...
    Date2022.03.10 Views162 file
    Read More
  3. 3월 6일 사순 제1주일 강론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고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산다.” 우리는 머리에 재를 얹는 예식을 시작으로 회개의 시기인 사순 시기를 시작했습니다. 사순 시기를 시작하며 저의 삶을 되돌아본다면 매일 미사를 드리고 기도도 하지만 정작 삶 안에...
    Date2022.03.03 Views133 file
    Read More
  4. 2월 27일 연중 제8주일 강론

    변하는 세상 가치의 흐름 안에 변치 않는 생명의 길 교황 프란치스코는 2019년 성탄 강론 중에 오늘날 그리스도교 신앙이 일상 삶의 바탕이 아니라, 오히려 조롱당하고 소외받으며 비웃음마저 사고 있다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했습니다. 이런 상황은 ...
    Date2022.02.23 Views140 file
    Read More
  5. 2월 20일 연중 제7주일 강론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먼저’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루카 6,36)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우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라 하십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Date2022.02.17 Views123 file
    Read More
  6. 2월 13일 연중 제6주일 강론

    행복하여라, 가난한 사람들 예수님이 활동하시던 당시 예수님을 따라다녔던 군중들은 경제적으로 빈곤했고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들이 많았습니다. 그들 중 특히 복음에 자주 등장하는 다리 저는 이들, 눈먼 이들은 구걸로 겨우 연명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지요....
    Date2022.02.10 Views141 file
    Read More
  7. 2월 6일 연중 제5주일 강론

    내려놓음으로부터 시작 “사람은 고쳐서 쓰는 것 아니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는다”라는 표현을 들어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그렇다면 말에 따라 사람은 정말로 변하지 않는 존재이겠습니까? 사람은 변화될 수 있습니다. 신앙 안에서는 더욱 그러...
    Date2022.01.28 Views118 file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4 Next
/ 14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