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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론 채동호 루도비코 신부

믿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오늘 제2독서의 말씀대로 아브라함은 믿음으로써 하느님의 부르심에 순종하여 고향을 떠났고, 믿음으로써 천막을 치고 살면서 하느님의 도성을 기다리고 있었으며, 믿음으로써 아이를 낳을 수 없었던 아내 사라가 임신할 능력을 얻었으며, 또한 믿음으로써 아브라함은 시험을 받을 때에 아들 이사악을 바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아브라함의 신앙 여정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신앙은 하느님을 자기 삶과 생각의 중심으로 삼고 오직 하느님만을 의지하면서 자기가 고수하고 싶어 하는 자신을 깨고 열어서 하느님께로 향하고자 하는 행동을 하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과정이라고 여겨집니다. 그래서 ‘우리가 신앙에 입각해서 얼마나 충실히 살아가느냐, 그리고 우리 자신이 얼마나 주 그리스도를 따르며 그분을 닮아가고자 하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일입니다. 이것이 바로 주 예수님께서 오늘 복음의 종의 비유를 통해서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기 굳센 믿음으로 살던 사람의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20세기 가톨릭 윤리신학의 대가이지만 고통과 병을 굳건한 믿음으로 잘 극복한 사제였던 헤링 신부가 한 본당에 잠시 일손을 도와주러 가게 되었는데, 본당의 ‘특별한 분위기’에 의아해하자, 주임 사제는 한 여교우 집을 방문하라고 권고하였습니다. 그런 분위기는 모두 그녀 덕분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 여교우를 처음 본 사제는 깜짝 놀랐습니다. 끔찍한 통증이 그녀의 몸과 마음을 짓누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놀라운 일은 그런 통증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얼굴은 기쁨으로 빛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고통으로 일그러진 모습이 아니라 오히려 자애로움으로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사제를 향해 말했습니다. “신부님, 저는 제가 겪고 있는 슬픔과 병을 통해서 저를 구원해 주시는 하느님께 충분히 감사를 드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다만 하느님의 구속 사업에 협력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녀를 방문하고 나온 헤링 신부는 고백했습니다. “저는 병을 앓고 있는 이 교우가 제 강론이 필요 없을 정도로 복음 선포의 중심에 서 있다고 생각합니다.” 


위의 이야기에서처럼 언제 하느님께서 데려가실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극한 상황에서도 마음의 평정을 잃지 않고, 굳건한 믿음을 간직한 채, 평온하게 하루하루를 정성껏 살아가는 이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병고로, 자신들의 생활로, 자신들의 얼굴로 복음을 선포하고 있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그날’이 언제 올지 모르니 깨어 준비하고 있으라고 당부하십니다. 이 말씀은 그저 지금 내게 주어진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말씀인 것입니다. 고통이 있는 사람은 그 고통을 잘 견뎌내는 일, 슬픔을 간직한 사람들은 그 슬픔을 잘 이겨내는 일, 자신의 십자가를 끝까지 잘 지고 가는 일이겠습니다. 어떤 처지에서든 항상 감사드리는 일이겠습니다. 그것이 바로 구원받는 일이고, 또한 치유되는 길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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