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8일 대림 제4주일 강론

posted Dec 1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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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론 백남해 요한 보스코 신부

“아재요?!”

 

“우리 부장님은 다 좋은데 툭하면 고함을 지른단 말이야! 귀가 멍해.” “그래?! 그래도 그 정도로는 앓는 소리 하지도 마. 우리 부장님은 고함은 안 치는데 ‘쫌생이’ 중에 상 ‘쫌생’이야. 밥 한 번 사는 일이 없어. 심지어 부하 직원들하고 점심 먹으러 가도 ‘더치페이’하래. 어휴 ‘쫌생이’.” “후훗. 그러나 그 정도로 한숨 쉬기에는 아직 멀었다고요. 우리 부장님은 고함도 안 지르고 밥도 잘 사는데, 말이 많아 말이. 잔소리, 잔소리. 아주 귀에 딱지가 앉겠어!” “푸할할. 그래도 우리 부장님보다는 다들 나은걸. 우리 부장님은 꼰대 중의 꼰대, ‘꼰대 3관 왕’이야. 말만 하면 잔소리에, 목소리가 얼마나 큰지 그냥 말 자체가 고함이야. 게다가 밥 먹으러 가면 밥값을 불쌍한 과장님이 내지. 말 첫마디가 ‘라떼는 말이야!’로 시작돼.”


에고, 젊은이들 부장님 욕 좀 그만하세요. 부장님도 젊은 시절이 있었고, 여러분도 나이 들면 꼰대 부장님이 됩니다. 


그건 그렇고. 부장님, 부장님들은 어쩌다가 그렇게 무시무시한 “꼰대”가 되셨고, 썰렁한 “아재 개그”의 달인이 되셨습니까? 자고로, 나이가 들면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고 합니다. 부장님들도 다들 아시는 말씀이죠. 부장님, 선배님 말씀 들으세요. 선배님 말씀 듣지 않고 지갑은 닫고 입만 열다가는, 닫힌 지갑에 곰팡이 슬고 열린 입으로 먼지 들어갑니다. 자, 이제부터 우리 부장님들이 꼰대 소리 듣지 않고 훌륭한 부장님이자, 아버지이자, 남편이자, 친구가 되기 위한 모범 성인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요셉 성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잘 들어 보십시오.


요셉 성인께서 마리아와 약혼을 하였는데 이상한 소문이 들립니다. 약혼자 마리아가 처녀의 몸으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있다는 것입니다. 요셉 성인께서는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소문의 진위를 파악하려고 애쓰셨습니다. 그 결과 <그들이 같이 살기 전에 마리아가 성령으로 말미암아 잉태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합니다. 요셉 성인께서는 무척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겉보기에는 단아하고 신심 깊어 보이는 마리아가 어쩌다가 저런 입에 담지 못할 일을 저질렀을까 분노했습니다. 그러나 깊은숨을 들이쉬고 다시 한 번 생각하였습니다. 만약에 이 일을 세상에 드러내면 마리아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요셉은 의로운 사람이었고, 또 마리아의 일을 세상에 드러내고 싶지 않았으므로, 남모르게 마리아와 파혼하기로 작정하였다.>고 합니다. 신심 깊고 사려 깊은 요셉 성인의 모습입니다. 나이가 든다고 모두 꼰대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한 번 더 다른 이의 아픈 마음을 되짚을 줄 알면 너그러운 성인이 되는 것입니다.


의롭고 사려 깊은 요셉 성인께서 이 모든 일을 하느님 뜻대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예수님께서 우리 곁에 어여쁜 아기로 오시는 길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우리 아재들도 의롭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우리 가족과 주변을 돌보면 아주 의롭고 멋있는 아재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