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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론 최문성 마르코 신부

거룩한 부르심

 

세상에는 수많은 소리가 있습니다. 우리 귀가 알아들을 수 있는 소리가 있고, 거의 들리지 않는 미세한 소리도 있습니다. 영혼을 맑게 하는 소리가 있는가 하면, 어둡고 불안하게 만드는 소리도 있습니다. 고요한 자연의 소리에 화내는 사람 없고, 거슬리는 소음을 좋아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말소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드럽고 온화하고 힘을 주는 음성이 있는가 하면, 불편하고 불안하게 만들며 화를 일으키는 음성도 있습니다. 앞의 음성을 가진 사람 주변으로는 사람들이 모여들지만, 뒤의 음성을 가진 이에게서는 사람들이 떠나갑니다.


우리는 살면서 타인을 부르지만 누군가로부터 불리기를 은근히 기대하기도 합니다. 나의 외로움을 채워줄, 나를 즐겁고 행복하게 해줄 사람들을 부르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들이 곁에 온다 해도 내 영혼은 온전히 채워지지 않습니다. 우리 영혼은 더 깊은 심연에서 나를 불러줄 어떤 음성을 기다리기 때문입니다. 나의 이름을 불러줄 누군가를, 내 영혼을 채워줄 영혼의 음성을 기다립니다. 우리는 그분을 하느님이라 부릅니다. 주님께서는 날마다 우리를 새롭게 부르시고, 우리가 그 음성을 듣고 응답하기를 바라십니다. 채근하지 않으시고 인내로이 기다리십니다.


가톨릭교회는 부활 제4주일을 성소 주일로 지냅니다. 성소 주일은 하느님의 거룩한 부르심에 대해 생각해 보는 날입니다. 성소에는 가정을 이루는 성소가 있고, 하느님 나라를 위해 기꺼이 독신을 선택하는 성소도 있습니다. 성소 주일에 우리 교회는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루카 10,2)는 주님 말씀을 상기시키며, 우리 신자들이 사제 성소와 수도 성소에 관심을 기울이고 마음을 다하여 기도하기를 권고합니다.


사제로 살면서 미래 교회 걱정을 자연스럽게 하게 됩니다. 교구 성소국 소임을 하면서 성소자 부족에 대해 관심이 많아지고 고민도 깊어집니다. 10년 후, 20년 후 우리 교회, 우리 교구는 어떤 모습일까? 새로 사제나 수도자가 될 사람은 얼마나 될까? 있기는 할까?


지난해 우리 마산교구 광주신학교 입학자는 한 명이었습니다. 올해 신입생은 두 명입니다. 지난 1월 세 명의 부제가 사제로 서품되었고, 한 명의 부제가 내년 사제 서품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 명이 2024년 광주가톨릭대학교 입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이라 해야 할지요, 감사하다 해야 할지요. 어느 교구에서는 올해 신학교 입학생이 아예 없었다는, 또 어떤 교구에서는 서품식 자체가 없었다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거룩한 부르심에 응답한 교우 여러분, 성소자 개발과 육성에 힘을 모아주시고, 우리 교회 우리 교구의 미래를 위해 마음 모아 기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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