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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론 박철현 미카엘 신부

진리의 영이신 다른 보호자

 

밤거리를 걸어가는 미혼의 여성에게 누군가 따라오고 있다는 느낌은 그 자체로 공포입니다. 가끔 뒤를 돌아보면 아무도 없는데 공포에 사로잡힌 느낌은 자꾸 불안하게 만듭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딸이 걱정되어 나온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안도하게 됩니다.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 때문에 공포는 사라지고 이제 그 자리는 고마움과 평화로 채워집니다. 누군가 나를 지켜주고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입니다. 공포와 두려움이 넘치는 그 마음이 평화와 사랑으로 가득한 마음으로 바뀌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다른 보호자를 약속하십니다. 고아로 버려두지 않겠다고 말씀하십니다. 그 말씀만으로 마음이 든든해집니다. 두려움을 뛰어넘고 앞으로 거침없이 나아갈 수 있는 용기로 충만해집니다.


그런데 한 가지 전제조건이 주어집니다. “너희가 나를 사랑하면 내 계명을 지킬 것이다.” 예수님을 사랑해야 하고, 그분의 계명을 지켜야 합니다. 예수님의 계명이란 무엇보다 사랑을 살아가는 일입니다. 그렇게 사랑의 사람이 먼저 되어야 합니다.


사랑의 사람이 된다는 건 예수님으로부터 얼마나 큰 사랑을 받고 있는지 깨닫는 일에서부터 출발합니다. 당신의 목숨까지도 내어주시는 그 사랑을 깨닫지 못한다면 그 사랑을 나눠주는 일에는 인색할 수밖에 없습니다. 먼저 사랑의 사람이 될 수 있을 때, 진리의 영이신 다른 보호자를 만날 수 있게 됩니다. 하느님께서 보내주실 그 보호자는 막연한 두려움을 몰아내고 진리 안에서 살아가는 사랑의 발걸음에 가속 페달을 달아주실 것입니다.


부활의 시간이 점점 깊어지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곧 하늘로 올라가시겠지만 이미 사랑이라는 거대한 흔적을 남겨놓고 든든하게 지켜줄 보호자까지 약속하십니다. 그렇게 사랑은 세상에 뿌리를 내리고 서서히 큰 열매를 맺는 아름드리나무로 성장해갈 것입니다.


사랑을 살아갈 때 비로소 살아있게 됩니다. 죽음까지도 뛰어넘으신 예수님의 그 사랑이 사랑을 살아가는 모든 이를 감싸줍니다. 설령 부족한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든든하게 지켜주시는 다른 보호자의 울타리 안에서 평화를 누릴 수 있습니다. 이 길이야말로 신앙인이 걸어가야 할 길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랑을 살아가고, 또 사랑을 통하여 살아있음을 체험하는 모든 믿는 이들에게 보호자이신 성령님의 은혜가 충만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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