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6일 연중 제15주일·농민 주일 강론

posted Jul 1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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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론 강형섭 미카엘 신부

“그곳을 일구고 돌보게 하셨다”(창세기 2장 15절)
“신부님, 내년에는 더 나아지지 않겠습니까?”

 

해마다 매실 출하 전 본부에서 산지 점검을 합니다. 올해도 작년에 이어 매실 10개 중 8개는 씨살이 애벌레가 알을 씨방에 놓아 흉작입니다. 답답한 맘에 이놈을 방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제를 하면 어떻겠냐고 조심스레 제안을 해보았습니다. 그 즉시 농민은 “신부님, 내년에는 더 나아지지 않겠습니까?”라고 답을 하는 것입니다. “신부님, 내년에는 더 나아지지 않겠습니까?”라는 말에 몹시 부끄러웠습니다. 최소비용으로 최대효과의 이익을 창출하는 경제의 원리를 멀리하고, 땅을 살리고 밥상을 살리고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가톨릭 우리농운동을 하는 농민이 있기에 늘 든든하고 보람이 가득합니다. 유기농업을 하는 농촌의 가치는 도시민들에게 주말의 쉼터와 생태계 관리를 통한 공기 정화 작용을 합니다. 땅을 돌본다는 것이 바로 생태환경을 건강하게 유지한다는 뜻이며, 이 일은 “그곳을 일구고 돌보게 하셨다.”(창세기 2장 15절)의 말씀을 실천하고 있는 것입니다. 농민 회원 모두에게 농민 주일을 맞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유기농산물 나눔터인 각 본당 생활공동체 활동가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본당 내 나눔터를 꾸준히 지켜온 우리농 나눔터는 농민들의 뜻이 실천되도록 주교회의(1994년)에서 김수환 추기경님이 말씀하신 “주교단은 농민들의 어려운 처지에 공감하며 우리 농민과 농토 및 농업을 살리는 일을 적극 지원하기로 하였으며, 지원 방안의 하나로 가톨릭 농민회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우리농산물 직매장 설치에 각 교구별로 적극 협조하기로 하였다.”라는 그 뜻을 이어오고 있고,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찬미받으소서”에서 말하는 공동의 집 지구를 돌보는 일에 꾸준히 함께하고 있습니다.


마산교구 내 나눔터를 운영하는 본당과 단체는 다음과 같습니다. 거제지구(고성, 대건, 북신동, 태평동, 거제, 고현, 옥포) 마산지구(구암동, 산호동, 삼계, 호계, 완월동, 월남동, 월영, 진동) 진주지구(망경동, 봉곡동, 옥봉동, 가좌동, 거창, 산청) 창원지구(사파동, 명서동, 반송, 사림동, 중동, 팔용동, 여좌동, 용원, 중앙동, 장등, 진영)과 직매장(가톨릭 우리농-어반, 늘푸른-양덕)과 진해 복지관과 유치원(명서 성모유치원, 성미유치원, 진해 성심유치원, 파티마어린이집)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이 주신 온갖 맛나고 건강한 먹거리로 가족의 건강을 돌보며 행복을 누립니다. “온 누리의 주 하느님 찬미받으소서. 주님의 너그러우신 은혜로 저희가 땅을 일구어 얻은 이 빵을 주님께 바치오니 생명의 양식이 되게 하소서”라며 이 땅의 음식을 먹고 영원한 생명으로 나아갑니다. 우리의 노동으로 일구어진 열매를 먹고 우리는 하느님을 찬미합니다. 부모의 노동은 음식이 되어 자녀에게 기쁨과 부모의 사랑을 전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이 땅의 맛난 먹거리가 자자손손 이어지도록 우리에게 이 땅을 일구고 돌보라고 주셨습니다. 맛난 음식을 먹고 하느님을 찬미하며, 주님 주신 이 땅을 건강하게 돌보고 가꾸어 더없는 맛의 기쁨으로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 신앙인으로 나날을 살아갑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