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1일 연중 제6주일(세계 병자의 날) 강론

posted Feb 0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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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론 이수호 다미아노 신부

‘하고자 하시면’과 ‘하실 수 있으면’

 

나병 환자 한 사람이 예수님께 와서 무릎을 꿇고 청합니다.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마르 1,40)
더러운 영에 묶인 아이를 데려온 아버지가 예수님께 이렇게 청합니다.
하실 수 있으면 저희를 가엾이 여겨 도와주십시오.”(마르 9,22)
‘하고자 하시면’과 ‘하실 수 있으면’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하고자 하시면’은 ‘뜻’. 이 병을 낫게 해 주실 ‘의향’을 묻는 말입니다. 
‘하실 수 있으면’은 ‘능력’. 아이에게서 더러운 영을 쫓아낼 ‘힘’을 말합니다.


‘능력’을 묻는 한 아이 아버지의 청원과 ‘뜻’을 묻는 나병 환자의 청원.
어떤 형태가 올바른 방식일까요?


당연히 ‘뜻’을 묻는 청원이 바른 형태라고 생각할 것입니다만, 우리는 이 당연한 것을 기도로 옮기지 못합니다. ‘주님의 뜻’보다 ‘능력’을 먼저 찾기도 하고, ‘이루어주신다면, 저는 이런 것을 하겠습니다’라는 형태의 ‘거래’를 제안하기도 하고, 심지어 ‘협박’을 기도의 형태로 포장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오늘 복음에서 주님 앞에 엎드린 나병 환자의 입을 통해 배워야 합니다. 기도는 주님의 뜻을 찾고, 주님의 뜻을 묻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말입니다. 그런 뒤에 청해야 합니다. ‘하고자 하시면….’ 하고 말입니다. 그리고 나의 청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하느님이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아직 뜻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리고 기다려야 합니다. 뜻이 이루어질 ‘때’를….


하느님의 뜻과 하느님의 때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새겨봅니다.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