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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론 윤행도 가롤로 신부

사랑은 아무나 하나

 

제가 하대동본당 보좌 신부로 있을 때의 일입니다. 당시 진주지역 교정사목이 하대동본당에 맡겨진 관계로 한 달에 한 번 진주교도소에 미사를 봉헌하러 갔었고 그곳에서 조폭 행동대장 출신의 에드몬드라는 젊은 친구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하루는 면담 끝에 제게 편지를 해도 되겠느냐고 묻기에 그렇게 하라고 했고 그렇게 그와의 펜팔(?)은 시작되었습니다. 그곳에 계시는 분들에게 가장 많은 것이 시간이다 보니 그 친구는 하루가 멀다 하고 편지를 보냈고 저는 답장하느라 애를 먹었습니다. 솔직히 짜증이 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신부님은 말씀하실 때마다(입만 열면) 사랑, 사랑 하시는데 정작 실천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라며 돌직구를 날렸습니다. 그러면서 덧붙이기를 교회 목사님은 틈틈이 재소자들에게 양말이며 내의며 간식거리들을 사다 주시는데 신부님은 해준 게 없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마치 불에 덴 것같이 얼굴이 화끈거리더군요.

 

그 이후로 종종 양말, 속옷, 간식거리 등등 그 친구가 필요로 하는 것들을 보내주었고 그 친구가 춘천교도소에 이감을 간 후에도 긴히 의논할 일이 있다며 면회를 와달라는 부탁에 단 10분간의 면회를 위해 왕복 10시간을 달려간 적도 있었습니다.

출소 후에도 한참 동안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몇 해 전부터 연락이 끊기고 말았습니다.

 

그리스도교는 사랑의 종교라고들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1요한 4,16) 제 사제 서품 모토이고 그 친구의 지적처럼 입만 열면 여전히 사랑을 이야기합니다. 제 입에서 나온 말만큼, 아니 1/100, 1/1000만큼이라도 실천했더라면 벌써 제 머리 뒤에는 동그란 테가 걸려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어쩌면 제가 사랑이라는 말을 너무 많이 했기 때문에 그 말의 홍수에 갇혀 제대로 된 실천을 하지 못한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그리스도교 신자이면서 사제인 저는 하느님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을까요?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하느님 당신을 사랑하는 것과 같다 하시니 제가 다른 사람들에게 행하고 있는 사랑의 크기를 보면 알 수 있겠지요.

 

올해 초부터 시작되어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진행 중인 코로나19 사태, 역대 최장, 최악이라는 장마와 태풍과 같은 재해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목숨과 정신까지는 아니더라도 마음만이라도 다하여 주위를 살펴보아야겠습니다. 

 

이웃에 대한 사랑을 행하지 않고서는 하느님을 저의 주님이라 고백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죽은 자들의 하느님이 아니라 산 자들의 하느님이시고, 입에만 달린 사랑, 열매를 맺지 못하는 사랑은 살아 있는 것이 아니라 죽은 것이기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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