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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론 박혁호 미카엘 신부

동참하시는 주님

 

새해 첫 주일인 오늘은 ‘주님 공현公顯 대축일’입니다. ‘주님 공현’은 ‘주님께서 당신을 공적으로 드러내신다.’라는 뜻입니다. 즉 이방 민족으로 표현된 동방의 박사에게 예수님께서 경배를 받으심으로서 인류의 구세주이신 예수님이 세상에 드러나셨음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동방박사들은 별을 보고 유다인들의 임금이 태어나실 것을 알아차리고 태어나실 위대한 분을 경배하기 위해 별의 인도를 받아 먼 길을 떠납니다. 그들은 예루살렘이야말로 유다인의 임금이 태어날 곳이라 생각하여 그곳에 갔지만 그곳에 계시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계속해서 별의 인도를 받아 드디어 그분이 태어나신 곳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도착한 곳은 조그마한 마을인 베들레헴, 그것도 가축들의 오물 냄새가 진동하는 마구간이었습니다. 그곳에서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 예수님을 발견합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생각과는 너무나 다른 상황에 많이 놀랐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분이 온 세상의 임금이시며 구원자이심을 받아들이고 경배하며 그들이 가져간 예물을 드린 후 자기 고장으로 돌아갑니다. 아마도 돌아가는 길에 그들은 궁금했을 것입니다. 온 세상을 다스리실 위대한 분이 왜 이스라엘의 중심인 예루살렘이 아닌 유다의 작은 고을인 베들레헴에, 그것도 화려한 궁전 같은 곳이 아닌 초라한 마구간에서 태어났으며, 그분이 누인 곳도 화려한 요람이 아닌 가축들의 먹이통인 구유일까 하고 말입니다.


예수님이 태어나신 베들레헴은 ‘빵의 집’을 뜻합니다. 그리고 구유는 가축의 먹이통입니다. 이는 예수님의 탄생이 먹히는 삶을 위한 것임을 알려줍니다. 예수님은 생명의 빵이 되어 우리에게 먹히시어 힘을 주시고 우리를 영원히 살리시기 위해 오신 것입니다. 그리고 마구간에 태어나심은 가장 낮은 자리를 차지하셨음을 드러냅니다. 낮은 곳에서 힘들어하고 좌절하는 사람들의 친구로 오셨음을, 그리고 그들의 고통에 깊이 동참하고 계심을 드러내 주는 표징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죄와 고통, 죽음이라는 불쌍한 처지에 있는 우리를 위에서 내려다보시며 동정하시는 분이 아니십니다. 우리의 처지로 내려오시어 고통에 함께 동참하시며 사랑으로 돌보시는 분이십니다. 그리고 심지어 우리를 위하여 죽으시고 우리를 영원히 살리시기 위해 당신 자신을 양식으로 내어주시는 분이십니다. 그분이 세상에 오셨고, 지금 여기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것을 주님 공현 대축일은 알려주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코로나19로 참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의 시선도 이 어려움에 집중되다 보니 자주 두려움에 휩싸여 평화를 잃어버리곤 합니다. 지금이 바로 기도 안에서 주님께 우리의 시선을 드리고 더 가까이 다가가야 할 때입니다. 내 처지와 상황을 깊이 이해하시고, 이미 우리의 어려움에 동참하고 계시며 우리의 삶을 이끌고 계신 그분을 만나게 될 것이고 깊은 위로와 평화를 얻게 될 것입니다. 이 시기, 기도 가운데 주님과 더욱 자주 만나 힘을 얻는 은총의 시간이 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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