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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론 이우진 요한 신부

인피니티 풀infinity pool

 

인피니티 풀infinity pool을 아십니까? 시각적으로 경계가 없는 것처럼 보이게 설계된 수영장이나 욕탕을 뜻합니다. 예전에 휴가 때 묵었던 온천 숙소의 옥상에서 이렇게 설계된 온천탕을 이용하며 놀랐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나중에 이런 욕탕이나 수영장이 ‘인피니티 풀’이라는 설계기법이라는 것을 알았었지요. 경계가 없이 바다까지 이어진 듯 보이는 탕에 몸을 담그니 마치 넓은 바다 가운데 내가 들어있는 듯한 느낌에 황홀해 했었습니다. 시각적으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독특한 경험도 참 좋았습니다. 하지만 눈으로 본다는 것이 이리도 쉽게 착각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낯설었지요. 눈으로 본다는 것이 확신을 가지게 만드는 믿음직한 근거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쉽게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나약한 것이기도 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합니다.


보이는 것도 그러할 진데 보이지 않는 것이야 오죽하겠습니까. 마음이라는 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보니 많은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눈에 보이지 않아서 없는 것처럼 단정 짓게 되기도 하구요. 때로는 있기는 한듯한데 무한하게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는 것처럼 착각하기도 합니다. 마치 경계가 없는 것처럼 설계된 인피니티 풀처럼 말이지요. 하지만 우리 신앙인들은 눈에 보이지 않아도 있다는 것을 헤아려보고 믿으려는(faith, 信仰) 사람들입니다. 보이지는 않아도 우리들 안에 마음이 있고 하느님의 영이 있다는 것을 믿으려 노력합니다. 중요한 포인트는 보이지 않는 마음속이 무한(infinity, 無限) 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좋은 것을 담으려면 그렇지 못한 것을 비워내야 좋은 것들을 담아낼 수 있습니다.


마르코 복음서에 예수님께서는 회개와 믿음(faith, 信仰)을 선포하시고(마르 1,15), 이 선포의 말씀을 듣는 이들에게 당신을 따라나서게(마르 1,20) 하십니다. 그리고 이어서 복음서에서 전하는 첫 메시지가 바로 오늘 복음 말씀의 더러운 영을 쫓아내는 ‘비움’입니다. 이 비움의 가르침은 좋은 영을 담기 위한 전제이고 준비라고 생각해 볼 수 있겠지요. 비워지지 않은 곳에 담을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겠지요. 우리들 마음이 생각보다 무한(infinity, 無限) 하지 않으며, 비워지지 않은 마음에 거룩한 것을 담을 수 없는 이치일 것입니다. 이번 주간 올 한 해를 시작하는 즈음에 우리들 마음속에서 비워내야 할 것들을 잘 비워나갈 수 있도록 묵상하고 다짐하며 함께 기도합시다. 또한 비워낸 우리들의 비좁은 마음속에 조금이라도 더 좋은 영들을 담아내도록 예수님의 가르침에 귀 기울여 응답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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