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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론 신호열 요셉 신부

겨울이라는 중간역에서

 

함양에 다시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겨울이라는 역에 잠시 내렸습니다. 
날씨만 그런게 아니라 마음도 겨울에 동화되고 있는 저 자신을 봅니다. 
오늘의 독서와 복음이 거울처럼 나를 비춥니다. 


이제 50대 초반의 나이.
코로나의 영향 때문인지 어느 순간 모든 것이 귀찮아지고 하기 싫어졌습니다.
지속되는 신자들의 식사 권유를 거부하게 되고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가만히 있고만 싶어집니다. 운전을 하면서 욕이 나오고 때로는 중앙분리대를 받아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됩니다. 


코로나 우울증이겠거니 여기면서 몇 달을 지내왔지만 상황은 그닥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이전과 다른 내 모습에 결국 전문가와 상담을 하고 작지만 힘을 얻습니다. 코로나와 일상의 변화 그리고 갱년기 우울증이 겹친 상황이지만 심각한 것은 아니라 했습니다. 


다른 사제들과 신자들에게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말하고 나면 불쌍하게 볼까 봐… 때로는 괜찮냐는 전화에 시달릴까 봐 쓸데없는 걱정에 자존심 세우면서 혼자 이겨내고 있습니다.
괜찮아질 거야… 아무 문제도 아니야… 누구나 겪는 과정이야… 내일은 더 좋아질 거야…
그렇게 스스로 위로와 격려를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만 그렇겠습니까? 
제가 아는 많은 사람들이 다들 힘겨워하고 고통스러워하고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인간관계나 가족관계 경제 문제나 신앙 문제로 다른 이에게 말도 못 하고 혼자 버티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주위에 많습니다. 


베드로의 장모처럼 어느 누구에게도 말도 못 하고 속앓이하거나 욥처럼 착하게 잘 살았는데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이 어찌 없겠습니까. 


몸과 마음이 온통 하얗고 차가운 겨울이라는 중간역에서 저를 봅니다.
아직 달려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습니다. 해야 할 일들이 잔뜩 쌓여있습니다. 
바오로 사도와 같이 힘들어도 가야 할 길입니다. 
어느 역에서 그분을 뵐지 알 수 없기에 제 할 일을 하면서 다시 기차에 올라탑니다.


그분이 마련해 두신 것이 있을 겁니다. 몸과 마음을 따듯이 녹여 줄 차와 음료수를 준비하고 저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 겨울의 한복판을 뚫고 나아갑니다. 


기차에 오르셨죠? 이 기차는 봄을 향해 가는 특급열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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