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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론 최태식 필립보 신부

오늘날의 나병환자 - 코로나 확진자

 

제가 근무하는 복지관에 코로나 확진자가 다녀가 역학조사관이 파견되었습니다. CCTV로 동선을 파악해 밀접 접촉자들은 코로나 검사를 받고 자가격리되었습니다. 다행히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고 공개된 확진자의 동선에 복지관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접촉자가 모두 파악되었고 검사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내 자신이 코로나에 걸리는 것도 두렵지만 나로 인해 복지관발 확산, ○○성당발 확산의 일호가 되는 것이 더 두려운 현실입니다. 죄를 지은 범법자가 아님에도 코로나 확진을 받으면 휴대전화 위치 추적과 카드 사용내역, CCTV 추적을 통해 나의 모든 동선이 드러나고 나와 접촉했다는 사실만으로 밀접접촉자들은 검사를 받고 자가격리를 해야만 합니다. 


외국에서 입국하는 국민들에 대해서도 외국에 거주했다는 이유만으로 2주간의 의무 자가격리를 해야 합니다. 우리 교구 신부님들도 외국에서 들어오면 자가격리를 합니다. 산청성당 관할에 교구 소유의 집이 있어 그곳에서 대부분 자가격리를 합니다.(지면을 빌려 여러모로 마음 써 주시는, 가끔 저와 형제로 착각하는 산청본당 주임 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 


유다인들에게 나병은 하늘에서 내린 형벌로 저주받은 모습이요(레위 13,34) 죽음으로 향하는 상태(욥기 18,13)였습니다. 나병에 걸린 사람은 옷을 찢어 입고 머리를 풀고 공공장소나 사람들의 모임에 나타날 수 없었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과 접촉할 수 없었습니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다가오면 자신이 ‘불결한 사람’이라고 외치면서 접근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법으로 규정하였습니다(레위 13,45-46). 나병환자들은 자가격리가 아니라 지역격리를 시켜 마을에서 떨어진 진영에 머물게 했습니다. 우리 주변에도 산청성심원과 고흥의 소록도는 접근하기 힘든 곳이었습니다.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에게 다가와  무릎 꿇고 도움을 청하는 나병환자를 피하거나 혐오하지 않으시고 연민의 마음으로 그를 치유해 주십니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초등학교에서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질문하였습니다. “눈이 녹으면 어떻게 될까요?” 아이들이 대답했습니다.  “길이 지저분해져요. 옷이 더러워져요. 차가 지나가면 물이 튀어요.” 눈이 녹은 것에 대한 부정적인 대답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한 아이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봄이 와요.” 아이는 눈이 녹는 현상만 보는 것이 아니라, 눈이 녹으면서 계절이 바뀐다는 시간의 흐름을 보았습니다. 사랑하는 아내가 아프다고 하면  “병원에 가봐”라는 남편의 대답은 정답이지만 아내가 듣고 싶었던 대답은 아내의 아픔에 공감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자신의 탓이 아님에도 혐오와 회피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이 시대의 많은 나병환자들을 우리들은 예수님의 마음으로 공감하고 치유되기를 함께 기도합시다. 


사족으로 vaccine(백신)은 라틴말 vacca(암소)에서 유래한 단어입니다. 신축년辛丑年 소띠의 해를 맞이하여 코로나가 극복되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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