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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론 임해원 안토니오 신부

“제자들은 주님을 뵙고 기뻐하였다”(요한 20,20)

 

제가 부제 때 있었던 일입니다. 저희 부제반 동기들이 중고등학생으로 구성된 예비신학생(이하 ‘예신’이라고 칭함)들 연수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연수 프로그램을 고민하다가 사제 성소를 꿈꾸고 있는 이 학생들에게 칠성사를 통해 실질적으로 사제 체험 기회를 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준비하는 과정에서 한 가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프로그램 진행 방식을 두고 후배 신학생들과 의견 차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섯 가지의 성사는 회의를 통해 잘 준비하였는데, 고해성사는 좀 다르게 하고 싶었습니다. 예신들에게 고해를 듣는 사제 역할을 체험하게 하고픈 제 생각에 고해자 역할을 신학생들에게 해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랬더니 신학생들의 반발이 거세었습니다. 중고등학생에게 무슨 고해를 할 것이며, 어린 학생들이 훈화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 그리고 예신들에게 고해를 하는 자체가 용납이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설득과 설득을 거듭하여 미안한 마음을 안고 부제반의 권위(?)로 밀어붙이게 되었습니다.


예신 연수를 시작하는 날, 칠성사 중 여섯 가지 성사 체험을 진행하였고, 봉사해 준 신학생들과 예신들 모두 즐겁게 임하는 모습에 보람을 느꼈습니다.


드디어 문제의 고해성사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강당에 예신들을 모아 동그랗게 둘러앉게 한 다음 강당 불을 끄고 각 예신 앞에 불이 켜진 초를 하나씩 놓았습니다. 그리고 강당 입구에 모여있는 신학생들에게는 고해 때 쓰는 영대를 대신하여 보라색 천을 하나씩 들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고해성사 체험을 시작하면서 신학생들에게 자신이 고해할 예신 앞으로 가, 준비된 보라색 천을 목에 걸어주고 사제에게 하듯 고해를 하게 했습니다.


고해성사 체험을 시작하기 전 자칫 분위기가 장난처럼 흘러가면 어떻게 하나? 하고 저는 걱정을 많이 했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분위기가 진지해져 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늦은 시간 모든 프로그램을 마치고 예신들은 취침을 시킨 후 신학생들과 따로 방에 모여 프로그램에 대해 평가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때 신학생들 대부분 고해 때 예신들의 사제 역할에 놀라워하였습니다. 한 신학생은 고해를 시작하면서 자신 앞에 있는 예신이 어린 동생이란 생각이 들지 않았고 자신도 모르게 진지하게 고해를 하게 되었다고 하면서 하느님을 진정으로 사랑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해 고해를 하였답니다. 그런데 자신의 고해를 들은 중1 예신이 자신에게 “하느님의 사랑은 너무나도 커서 학사님이 세상적으로 아무리 부족해 보인다고 해도 하느님의 가장 소중한 존재입니다. 그 증거로 학사님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보세요. 하느님의 도구로 특별히 뽑혀 신학교에서 사제를 준비하고 있지 않은가요? 하느님의 사랑을 믿고 기쁘게 사제 준비하시면 좋겠습니다.”라고 훈화를 하더랍니다. 이 외에도 다른 신학생들의 놀라운 고해 체험을 들으면서 나이를 불문하고 또 부족해 보이는 여러 조건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능력을 맡겨주시는 살아계신 성령 하느님을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오순절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성령을 불어넣어 주신 것처럼 우리 안에도 이미 하느님의 성령께서 늘 함께하십니다. 부족한 우리이지만 하느님께 의탁하고 자신을 내어 맡겨드리는 모습을 통해 일상 안에서 주님을 뵙고 성령의 도구로 기쁨을 체험하는 은총의 시기가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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