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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론 신명균 마르티노 신부

必需品필수품

 

해외여행도 좀 그렇지만, 해외에서 살아 보신 분들은 이삿짐이 큰 문제입니다. 짐을 받을 곳이 있거나, 받아 줄 사람이 있으면 미리 부치면 되겠지만, 없다면? 저는 무식하게 몽땅 싸 들고 다닙니다. 28인치 가방은 수화물로, 20인치 가방은 기내용으로, 배낭 하나는 둘러매고 2년 만에 귀국하는데 무게가 걸린 것입니다. 공항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물건을 버리는데 어찌나 서럽던지 … 그런데 서러움이 단숨에 사라졌는데, 그 이유는 옆에서 저처럼 물건을 빼는 동지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서로 뭘 빼는지 말없이 바라보며 많은 위로를 받았던 것 같습니다. 그중에 뺄 수 없는 필수품은 당연히 여권과 항공권입니다. 그것만 있으면 일단 국내에 들어올 수 있고, 빈손이라도 국내에 들어오기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기 때문입니다.


세상을 살면서 꼭 필요한 물건은 뭘까요? 코로나라서 마스크? 여름이라서 에어컨? 휴대폰, 자동차, 의식주의 해결 등 여러 가지가 있고, 신앙생활에서는 필요한 것은 성사생활을 비롯해 믿음, 소망, 사랑 등 손꼽을 것이 많은데, 오늘 복음에서는 뜬금없이 ‘지팡이’라고 합니다. 지팡이 말고는 빵도 여행 보따리도 전대에 돈도 가져가지 말라 하시고, 신발은 신되 옷도 두 벌은 껴입지 말라는 말씀에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의외로 지팡이로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먼저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무기가 되니 어느 정도의 믿음을 주기도 하고, 자신의 두 다리로 걸어가기 힘들 때 도움이 되니 나름의 희망을 주기도 하며, 누군가 물에 빠지거나 어려움을 당할 때 구해줄 수 있으니 사랑의 실천도 할 수 있습니다. 


늘 부족한 우리가 악한 영을 쫓아내고 병자와 허약한 이를 고쳐 주다 보면, 주님의 능력을 자신의 능력으로 착각하는 교만에 빠질 수도 있고, 소유가 힘이 되는 세상에만 집착하면 주님의 권한을 소홀히 할 수도 있습니다. 제대로 된 신앙생활을 하기 위해서 가진 것을 모두 버리라는 말이 아니라, 신앙생활에 꼭 필요한 필수품을 챙기라는 것입니다. 주님의 말씀을 못 들은 척 이것저것 준비해 봐야 저처럼 입국심사 때 걸린다는 것을 기억하시고, 지팡이처럼 생긴 고가의 물품들 말고, 꼭 필요한 자신만의 지팡이를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애써 짐 싸놓은 것이 아깝고, 버리는 것이 서러울 수도 있지만 부족한 것은 하느님께서 채워 주신다는 것을 믿고, 하느님의 부르심과 파견에 기꺼이 응답하는 필수품 준비를 함께 노력해 봅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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