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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론 정윤호 베드로 신부

뜨거운 감자

 

사제생활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교리적 혹은 신앙적 질문이 아니라, “신부님은 어떤 음식을 좋아하십니까?”입니다.
신자들이 사제를 위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질문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음식을 먹느냐보다 그 음식을 어떻게 먹느냐도 중요한 거 같습니다.
먹는 행위는 사람에게 있어 무엇보다 중요하고 예민한 부분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먹는 행위를 통해 예수님과 바리사이들, 율법 학자들의 논쟁을 봅니다.
그것은 전통에 관한 논쟁입니다.
이 논쟁을 통해 예수님께서는 율법의 올바른 실천을 알려주십니다.


율법에 대한 실천은 외적인 준수만이 아니라, 더 나아가 율법의 근본정신, 즉 하느님의 뜻에 맞는 내적인 삶과의 일치입니다.


하지만 논쟁의 대상에 있던 율법 학자들, 바리사이들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하느님의 뜻이 아니라, 자신들의 조상들이 만들어 놓은 전통을 지키느냐 마느냐를 중요 척도로 삼고 있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전통은 전통이 생긴 원인은 상관없이 모두가 그 전통을 지키고 있으니깐 그 전통이 하느님의 뜻과는 상관없이 무조건적으로 지켜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이 논리는 안타깝게도 아직도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공동체 속에서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전통을 지키기 위해서는 오로지 필요한 것은 형식적인 모습만 남는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교회 안에 공존하는 이 전통은 이유를 막론하고 습득된 것이어서 보통의 사람들이 ‘아니오’라고 반박하기란 쉽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예수님께서 절대로 이 전통을 파괴하거나 폄훼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바라보시는 것은 그 전통을 향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시선에 대한 우려와 걱정이었습니다.


전통은 예수님의 시대나 지금의 시대나 뜨거운 감자입니다. 어떤 이들은 사력을 다해 그 전통을 지키려고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이 전통을 뛰어넘으려고 합니다.


과연 현재 우리의 신앙 안에서 이 뜨거운 감자인 전통이 어떤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지, 애초의 뜨거웠던 기억이 내 삶으로 전달되고는 있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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