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5일 연중 제23주일 강론

posted Sep 02,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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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론 이재혁 안드레아 아벨리니 신부

“하늘을 우러러 한숨을”

 

숨이 차오릅니다. 땀이 맺혀 흘러내립니다. 어느새 1년이 훌쩍 넘은 시간 동안 마스크를 얼굴 삼아 지내며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입니다. 예측하지 못한 전염병의 무서움이 우리의 숨을 막아버렸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우리를 숨 막히게 하는 것은 비단 전염병의 무서움뿐만이 아닙니다. 각자의 삶에서 오는 여러 어려움과 고난이 우리 숨길을 짓누릅니다.
더 나아가 가늠할 수 없는 크나큰 고난에 숨이 막혀 숨져가는 이들이 우리 눈을 스칩니다.  


고난에 짓눌려 숨 막히는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희망의 복음이 주어집니다. 하느님께서는 이사야 예언자를 통하여 마음이 불안한 이들에게 말씀하십니다. “굳세어져라, 두려워하지 마라.”(이사 35,4) 하느님께서는 눈먼 이들의 눈이 열리고, 귀먹은 이들의 귀가 열리는 치유의 시간을 약속하십니다. 광야에서 물이 터져 나오고, 사막에서는 냇물이 흐르는 모습을 통해 생명의 회복을 미리 알려주십니다. 이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치유와 회복이 실현됩니다. 


예수님께서는 귀먹고 말 더듬는 이를 치유하시기 위해 ‘하늘을 우러러 한숨을’(마르 7,34) 내쉬십니다. ‘하늘을 우러러’ 보시는 예수님의 모습은 구원하시는 하느님을 향한 예수님의 간절한 마음을 드러냅니다. 예수님의 ‘한숨’은 귀먹고 말 더듬는 이가 간절히 내뱉고 싶었던 깊은 탄식과 절규를 대신하십니다. 그리하여 예수님께서는 당신 안에서 하느님의 구원과 인간의 고난이 만나는 길이 되십니다. 그 길은 하느님과 인간이 만나는 열린 길이 됩니다. “에파타!” 곧 “열려라!”(마르 7,34)


우리는 여러 고난 가운데서도 주님이신 예수님을 닮아 ‘하늘을 우러러’ 봅니다. 하늘을 향해 눈길을 돌리는 우리에게 하느님께서는 예수님의 ‘한숨’을 통해 새로운 숨길을 열어 주십니다. 생명의 숨이신 성령이십니다. “성령께서 몸소 말로 다할 수 없이 탄식하시며 우리를 대신하여 간구해 주십니다.”(로마 8,26)


성령의 탄식이 우리의 새로운 숨길이 됩니다. 한숨만이 가득 찬 우리 삶, 한숨마저 막혀버린 고된 삶에서 성령께서는 깊은 탄식으로 우리의 숨결이 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성령으로 당신의 숨을 우리에게 새로이 불어 넣어 주시어 우리를 살리십니다. 우리가 예수님과 한숨을 쉬며, 함께 호흡하는 그리스도의 지체로 살아갈 수 있도록 생명의 길을 열어주신 것입니다.


이제 성령의 숨결이 머무는 곳, 주님의 눈길이 향하는 바로 그곳에 그리스도의 지체인 우리의 손길도 열리게 될 것입니다. 도움을 필요로 하며 고통을 겪는 우리 형제들에게 우리 자신을 열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예수님께서는 하늘을 우러러 터져 나오는 한숨으로  고난으로 막혔던 우리의 숨길을 여시고, 가려졌던 우리의 눈길을 열게 하시며, 우리의 움켜쥔 손길이 열리도록 이끄시어 우리 모두의 살 길 - 살아갈 길, 살아야 할 길이 열리도록 인도하십니다. 하늘 우러러 나오는 예수님의 한숨은 이제 우리를 향해 묻습니다.
“그대는 지금 어디를 향해 열려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