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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론 손권종 다니엘 신부

영적 투쟁의 정당한 결과로 받아들인 죽음, 순교

 

우리나라 천주교 신앙공동체는 조선시대에 학문으로 시작되어 자생적으로 생겼으나, 9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여러 차례 박해를 받았다. 박해의 시발점은 각 사건마다 다르지만, 그 목적은 천주교를 말살하려는 것이었다. 


천주교를 말살하려는 이유는 사상적, 사회적, 정치적인 이유로 마찰을 빚었기 때문이다. 유교의 양반사상과 천주교 평등사상의 충돌, 전통사회의 가치와 질서를 위협하는 조상 제사의 거부로 인한 충돌은 정치인들에게 박해의 명분을 제공하였다. 이에 천주교를 신봉하는 남인 시파와 북인 벽파 간의 당파싸움은 고조되었고, 천주교인들은 정치인들의 논리에 휘말려 희생되어야 했다.


천주교를 말살하려는 박해는 사상적, 사회적, 정치적 권력과 대립하거나 저항하는 모양으로 일어났다. 예수를 믿고 따르려는 순수한 동기가 권력을 가진 이들에게 큰 걸림돌이 되었던 것이다. 이는 예수를 믿는다는 것 자체가 사회에 큰 영향을 주는 일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세속적인 지배 이념이 하느님 나라의 다스림과 너무나 큰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충돌을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충돌의 끝은 신자들의 죽음으로 이어졌다. 


조선 정부에서 바라본 천주교는 사회의 안녕과 질서를 파괴하는 집단이었다. 모든 인간의 평등을 내세우며 들어온 천주교는 지배계층에게 사회의 근간을 뒤흔들어 놓을 위협적인 요소였다. 로마인들에게 종교적이든 정치적이든 예수님이 범죄자로 인식되었듯이, 조선의 지배계층에게도 천주교인은 범죄자였다. 


천주교인들의 저항은 지배계층에 대한 정치적 불평을 표출하려던 것은 아니었다. 자신들이 가진 천주 신앙을 지키기 위한 순수한 노력으로써 저항이었고 그 저항이 죽음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때문에 천주교인들의 순교는 정치적 투쟁의 결과물이 아니라 영적인 투쟁의 결과물로 보아야 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세상의 변혁을 일으킨 투쟁이 되었다.


‘오늘날 박해는 사라졌다’라고 할 수 있겠지만 순교자들의 순교정신은 교회와 사회 곳곳에서 필요로 한다. 오늘날의 순교는 하느님 통치에 상반되는 가치관들로부터 교회를 지키고, 사회구성원들로부터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권위’나 지배계층에 대한 유형무형한 억압에 침묵하지 않는 것이다. 정의와 공정 생명의 존엄함을 지키기 위한 투쟁으로써 순교정신이 발휘 되어야 하지만, 순수하게 신앙을 지키는 형식으로 일어나야 한다. 그래야만 그리스도의 죽음을 공유하는 한에서 오늘날의 순교라고 할 수 있다. 


“천주를 믿지 않겠다”라는 말 한마디면 목숨을 지킬 수 있었지만, 순교자들은 자신의 죽음을 영적 투쟁의 정당한 결과로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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