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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론 김용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

원하는 것, 할 수 있는 것, 해야 하는 것

 

원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은 다릅니다. 또 할 수 있는 것과 해야 하는 것도 다릅니다. 항상 문제는 이것들을 구별하지 못한 채 모두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원하지만 할 수 없는 것들이 있고, 할 수 있지만 해서는 안 되는 것들도 있으며, 해야 하지만 원하지 않는 것들이 우리 삶에는 분명 존재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구별할 줄 알아야 합니다. 내가 ‘무엇을, 어떻게, 어디까지, 왜’ ‘원하는지, 할 수 있는지, 해야 하는지’를 알려고 노력할 때 최소한 덜 힘을 빼고, 덜 실수하며 살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제자들에게도 이러한 구별이 필요해 보입니다. 제베대오의 두 아들인 야고보와 요한은 ‘원하는 것’을 예수님께 청하지만 예수님께서는 도리어 그들이 ‘할 수 있는 것’과 ‘해야 하는 것’에 대해서만 언급하십니다. 스승님을 따르던 그들에게 주어진 몫은 ‘할 수 있습니다’라는 그 답변처럼 스승님이 마시는 잔을 그들이 마실 수 있고, 또 마셔야만 하는 것이었습니다. 단, 그들이 ‘원하는 것’은 그들에게 유보된 것이 아니라 정해진 이들에게 돌아가야 할 몫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원했던 이들은 제베대오의 두 아들만이 아니었습니다. 야고보와 요한을 불쾌하게 여기는 제자들의 반응에서 그들 역시도 예수님에게서 ‘원하는 것’이 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제자들에게 이제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가까이 불러 그들이 ‘해야 하는 것’을 강조하십니다. 바로 그들이 원했던 ‘높은 사람, 첫째’가 되기 위해서는 ‘섬기는 사람,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들이 그토록 왼쪽과 오른쪽에 머물기를 원했던 예수님 자신도 ‘해야 하는 것’을 실천하러 왔음을 제자들에게 알려주십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분명히 아셨고 구별하셨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을 하지 마시고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것을 하십시오”(마르 14,16)라는 겟세마니의 그 기도처럼 자신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해야 하는 것을 분명히 아셨고,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그 잔을 받아 마심으로써 ‘의로운 종’이자 ‘위대한 대사제’가 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두 제자에게 하셨던 이 질문은 오늘날 우리들에게도 여전히 던져지고 있습니다. “내가 마시는 잔을 너희가 마실 수 있느냐?” 이 잔을 마시길 원하는지, 마실 수 있는지, 마셔야 하는지 대답해 보는 우리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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