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말씀
2021.12.02 13:15

주님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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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최봉원 야고보 신부(교구 총대리)

독일의 유명한 언어학자요 동화 수집가였던 빌헬름 그림(Wilhelm Grim, 1786~1859)의 동화집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태초에 하느님은 사람, 소, 개, 원숭이에게 똑같이 30년의 수명壽命을 주셨다. 그런데 사람은 30년이 짧다고 하며 더 살게 해달라고 청했고, 다른 동물들은 길다고 투덜거렸다. 그래서 소는 18년, 개는 12년, 원숭이는 10년을 반납했다. 그리하여 사람은 다른 동물들이 반납한 40년을 합해 70년을 살게 되었다. 이 중 30년은 성장해 결혼하여 살고, 그 후 18년은 소처럼 자식들의 굴레에 얽매여 산다. 그리고 다음 12년은 개처럼 집을 지키고 손주들을 봐주며 살고, 나머지 10년은 원숭이처럼 대접받으며 살아간다고 한다.


루카 3,4-6에서 세례자 요한은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의 세례를 선포하면서 말했다. 
“너희는 주님의 길을 마련하여라. 그분의 길을 곧게 내어라. 골짜기는 모두 메워지고, 산과 언덕은 모두 낮아져라. …그리하여 모든 사람이 하느님의 구원을 보리라.”


여기에서 말하는 ‘주님의 길’은 어떤 길인가? 그 길은 바로 주님께서 우리에게 오시는 길이며, 또 우리가 주님께 나아가는 길이기도 하다. 그 길은 자동차 길도 자전거 길도 아니고, 우리 각자의 마음과 삶의 길이다. 그 길을 만드는 것이 회개이다.


회개悔改는 뉘우칠 회悔와 고칠 개改가 뜻하듯, 잘못을 뉘우치고 고치는 일이다. 그래서 뉘우치기만 해서는 안 된다. 삶의 변화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 다시 말해 뉘우침과 동시에 잘못을 바로잡아 돌아서야 하고, 관계를 개선하여 원상회복原狀回復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회개하고 고해성사를 받았다고 하면서, 마음으로 뉘우치기만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는 안 된다. 제대로 된 회개는 마음으로 뉘우칠 뿐만 아니라, 반드시 삶을 고쳐 제자리로 돌아가는 두 가지를 다 해야 한다.


그 대표적인 예를 루카 15,11-32의 ‘되찾은 아들의 비유’에서 볼 수 있다.
작은아들이 자기에게 돌아올 몫을 미리 받아 집을 나갔다. 그러나 먼 고장에서 방종한 생활로 인하여 얼마 안 가서 재산을 탕진해버렸다. 알거지가 되어 돼지를 치면서 자기의 삶이 잘못된 줄 알고, “제가 하늘과 아버지께 죄를 지었습니다.”라며 크게 뉘우쳤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 아버지께 돌아가기로 했다. 아버지께 야단맞고 내쫓길지도 모르지만, 품팔이꾼으로 써주어도 좋으니 아버지께 사정해 보기 위해 발길을 돌렸다. 어떻게 된 일인가? 뜻밖에 아버지의 환대를 받으며 원상회복되었다.


그러므로 우리는 성탄을 앞두고 ‘주님의 길’을 마련하기 위해 잘못을 뉘우치면서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세속적인 물질 위주의 삶에서 영적인 신앙 위주의 삶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부모와 형제, 배우자, 자식, 그리고 이웃과의 불편한 관계를 좋은 관계로 개선해야 한다. 


“믿음이 있는 한 사람이 실망失望에 처한 세 사람보다 낫고, 희망이 있는 한 사람이 절망絶望에 빠진 다섯 사람보다 나으며, 회개하는 한 사람이 방종放縱의 삶을 사는 열 사람보다 낫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무지의 골짜기를 메우고, 편견과 오만의 산과 언덕을 무너뜨릴 때, ‘주님의 길’이 마련된다. 그것이 곧 우리가 대림 시기에 회개하는 것이며, 주님을 기다리며 준비하는 삶이기도 하다. 지금은 70세가 아니라 평균 80세 이상을 살면서 100세 시대를 바라고 있다. 이렇게까지 살 수 있도록 이끌어주신 하느님께 감사하면서, 우리 모두 진정으로 회개하는 삶을 살아 ‘주님의 길’을 마련하도록 하자.

 

211205 2면 백그라운드(홈피용).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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