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151
Extra Form
저자 박재찬 안셀모 신부/ 분도 명상의 집

| 오늘날 참된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길

 

내가 끝장나는 곳에서 그리스도께서 시작하신다

 

“대림 시기에 깨어 기다리고 있다는 말이 무슨 뜻입니까?”


“깨어 있음과 깨어남은 어떤 관계가 있나요?”


“팬데믹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희망하며 대림 시기를 보내야 할까요?”

 

“대림 시기의 신비의 비밀은 내가 끝장나는 곳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께서 내가 끝장나는 곳 바로 그곳에서 시작하시기 때문입니다.” 현대 영성가, 토마스 머튼 신부님의 “대림 시기, 희망인가, 망상인가?”라는 글에 나오는 대목입니다. 지금까지 생각해 오던 대림 시기를 새로운 각도로 바라보게 해 주는 귀한 말씀입니다. “내가 끝장나는 곳에서 그리스도께서 시작하신다”는 말의 의미가 무엇일까요? “내가 끝장난다”는 것의 영적인 의미는 “내가 죽는다”는 것입니다. “나의 것, 나의 뜻, 나의 집착, 나의 틀”, 다시 말해 “나의 거짓 자아”에 대해 마지막을 고하고 이러한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질 때,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살기 시작하신다는 의미입니다. 더욱 엄밀히 말하자면, 이미 내 안 도래(Advent) 하신 그리스도께서 깨어나 자라고 성장하기 시작하신다는 뜻입니다. 우리들 대부분은 지금까지의 삶의 여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익숙하고 안전하다고 여기는 자신만의 삶의 틀과 사고방식을 가지고 살고 있습니다. 대림 시기는 이러한 고착된 자아에서 벗어나 홀로 광야로 나아가 새로운 참된 자아를 만나기 위한 첫 발을 내딛는 것입니다. 이 첫 발을 내딛음으로써 과거에 내가 알고 체험한 그 하느님을 넘어 새로운 하느님을 만나게 됩니다. 그래서 홀로 어둠 속으로 들어가 거짓 자아와 이별을 고해야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마지막이 없을 때 새로운 시작도 없습니다.


그래서 머튼 신부님은 대림의 신비를 “비움의 신비, 가난의 신비, 한계의 신비”라고 표현합니다. 자신을 비우는 것, 자신의 힘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깨닫는 영적 가난, 그리고 자신의 한계를 있는 그대로 직면하는 것은 그리스도의 신비 속으로 들어가는 지름길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자신을 온전히 비우시고 가난한 아기의 모습으로 우리 곁에 오셔서 인간의 한계를 넘어 십자가를 통해 우리를 구원하셨습니다. 이러한 그리스도의 신비 속으로 들어가 ‘나의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질 때 우리도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태어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나의 성탄입니다. 그래서 대림 시기는 새로운 시작을 고대하는 ‘희망의 시기’이기도 합니다. 마치 동방의 세 박사들이 지금까지 알던 자신들의 하느님을 넘어 새로운 메시아를 만나기 위한 희망으로 익숙하고 편안한 일상을 떠나 광야의 여정을 시작하였듯이 말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내가 끝장’날 수 있을까요? 먼저 떠나야 합니다. 내가 집착하고 있는 것으로부터 떠나야 합니다. 돈에 대한 집착, 사람에 대한 집착, 자리에 대한 집착, 건강에 대한 집착, 자아에 대한 집착으로부터 떠나 모든 것의 주인이신 하느님께 집중해야 합니다. 물론 포기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터널을 통과해 새로운 삶으로 건너가기 위해서는 이 어둠을 견디어 내야 합니다. 물론 우리는 이 어둠을 또 다른 시작을 위한 희망으로 여기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믿음이 약한 것입니다. 가령 코로나 바이러스로 말미암아 닥쳐온 팬데믹 상황에서 우리는 “하느님께서 계시다면 왜 이런 상황이 일어났을까” 하고 하느님을 원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늘의 팬데믹은 ‘인간 중심’의 사회가 가져온 어둠인 것입니다. 이것은 ‘하느님 중심’으로 건너가라는 시대의 징표이기도 합니다. 인간의 한계 앞에서 “인간의 것이 끝장나고 하느님의 것을 시작” 하기 위한 새로운 기회이기도 합니다. 


대림 시기를 보내며 우리는 ‘나의 것’을 포기하고 ‘하느님의 것’을 선택하는 과감한 결단을 시작해야 합니다. ‘하느님의 것’은 결국 ‘사랑’입니다. 하느님 방식의 사랑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당신 자신을 비우고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오셔서 우리 인간을 화해하고 용서해 주셨듯이 그렇게 자비로운 마음으로 이웃을 용서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야 하는 것입니다. 지금 자기 자신 안에 마지막을 고해야 할 것이 무엇입니까? 지금 자신의 삶 속에 하느님 이외의 것에 집착하고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오늘 내가 끝장나고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새롭게 시작하도록 합시다.

 

211219 5면 백그라운드(홈피용).jpg


  1. 새해를 맞으며

    Date2021.12.27 Category한 말씀 Views61 file
    Read More
  2. 나를 받아 주신 예수님의 그 마음으로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

    Date2021.12.23 Category현대 영성 Views108 file
    Read More
  3. 예수, 개천에서 나서, 개천을 살아가신, 용

    Date2021.12.15 Category렛잇고 문화 렛잇비 신앙 Views104 file
    Read More
  4. 내가 끝장나는 곳에서 그리스도께서 시작하신다

    Date2021.12.09 Category현대 영성 Views151 file
    Read More
  5. 하늘나라

    Date2021.12.02 Category문화읽기 Views116 file
    Read More
  6. 주님의 길

    Date2021.12.02 Category한 말씀 Views60 file
    Read More
  7. 하느님과 사람, 사람과 사람, 내 안의 두 자아를 하나되게 하는 주님의 기도

    Date2021.11.24 Category현대 영성 Views142 file
    Read More
  8. 기도 중의 분심: “분심이 든 적이 없다면 기도할 줄 모르는 것이다”

    Date2021.11.11 Category현대 영성 Views1379 file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 33 Next
/ 33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