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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5 16:44

예수, 개천에서 나서, 개천을 살아가신,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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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정훈 도미니코 신부

새아담
주 하느님께서는 동쪽에 있는 에덴에 동산 하나를 꾸미시어, 당신께서 빚으신 사람을 거기에 두셨다. 주 하느님께서는 보기에 탐스럽고 먹기에 좋은 온갖 나무를 자라게 하시고, 동산 한가운데에는 생명 나무와,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를 자라게 하셨다. “너는 동산에 있는 모든 나무에서 열매를 따 먹어도 된다. 그러나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에서는 따 먹으면 안 된다.” -창세 2,8-9. 16-17

 
하느님께서, 가장 눈에 잘 띄는 낙원의 “한가운데”에 선악과를 두시고 따 먹지 말라 하십니다. 이는 오히려 강렬한 초대입니다. 인간이 욕망을 가지도록, 자신을 실현하고자 하는 욕망을 가지도록 유혹하십니다. 그래야 비로소 사람이 되니까요. 진흙으로 빚으시고 숨결을 불어 넣어서 생명체는 되었지만, 그저 목숨 부지하는 생명체가 아니라,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가 아니라, 자신을 알고 실현하는 존재가 되도록, 욕망하도록, 유혹하십니다. 


예수님도 유혹받으셨습니다. 공생활 시작뿐 아니라, 겟세마니 동산에서 피땀 흘리시며 하신 갈등과, 십자가 위에서 “다 이루어졌다.” 하신 그때까지, 모든 삶의 순간에 유혹이 있었습니다. 또한 ‘주님의 기도’를 통해 유혹을 대하는 태도를 가르쳐 주십니다. “유혹에 빠지지 않게” 기도하라고요. 우리는 유혹을 받아야 하고, 그러나 빠지지 않고, 통과해 가야 합니다. 


연어에게 거센 물살은, 위를 향해 올라가라는 초대입니다. 그 물살에 지면 연어다움을 잃어버리지만 뚫고 올라가면 연어다움을 이룹니다. 힘들다고 유혹을 회피해서도 안 됩니다. 유혹을 받는 것, 욕망을 추구하는 것은, 하느님이 주신 ‘나실현’을 위한 삶의 길입니다. 그리고 그 ‘나실현’은, 한가운데를 향해가는 것, 중심을 차지하는 것, 중심을 잡는 데 있습니다. 


유혹에 빠져 잘못을 범하게 되면, 우리는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그래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지 못하고, “무화과나무 잎”으로 가리려고 합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자신을 더 멋있게 가려주고 치장해 줄, 더 화려하고 더 비싼 무화과 잎을 찾습니다. 


새다윗
“내가 살 집을 네가 짓겠다는 말이냐? 나는 이집트에서 이스라엘 자손들을 데리고 올라온 날부터 오늘까지, 어떤 집에서도 산 적이 없다. 천막과 성막 안에서만 있으면서 옮겨 다녔다. 내가, 어찌하여 나에게 향백나무 집을 지어 주지 않느냐고 한마디라도 말한 적이 있느냐?” -2사무 7,5-7


다윗은 이스라엘 통일국가의 첫 번째 왕이며(2사무 5,3), 여부스 주민들이 난공불락의 요새라고 자랑하던 예루살렘을 정복하였습니다(2사무 5,7). 그리고 방치되어 있던 계약의 궤를 화려하고 장엄한 의식을 갖추어 예루살렘으로 모십니다(2사무 6장). 하느님이 거부하셨던 성전을, 다윗의 아들 솔로몬이 결국 지어냅니다. 그렇게 솔로몬은 하느님을 한 장소에 모셔두려 - 자신의 손아귀에 넣으려 - 하였고, 그는 우상을 섬기고 백성을 핍박하였습니다. 


이스라엘에게 바빌론은 거대한 힘의 상징입니다. 바빌론은 하느님 백성을 괴롭힌 거대한 ‘세상 힘’이었고, 또한 하느님의 대척점에 있는, “마귀들의 거처, 온갖 더러운 영들의 소굴, 온갖 더러운 새들의 소굴, 더럽고 미움받는 온갖 짐승들의 소굴”(묵시 18,2)입니다. 이스라엘은 바빌론을 두려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동경합니다. 그들이 본 바빌론 신전의 거대한 탑이, 자기 이름을 떨치고자 건설하려 했던 바벨탑의 모티브가 됩니다. 그렇듯 이스라엘은, 그들 안에 예루살렘을, 그리고 성전을 만들었습니다. 그것은 이스라엘의 욕망을 상징합니다.


예루살렘아, 예루살렘아! 예언자들을 죽이고 자기에게 파견된 이들에게 돌을 던져 죽이기까지 하는 너! 암탉이 제 병아리들을 날개 밑으로 모으듯, 내가 몇 번이나 너의 자녀들을 모으려고 하였던가? 그러나 너희는 마다하였다. -루카 13, 34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가까이 이르시어 그 도성을 보고 우셨다. “오늘 너도 평화를 가져다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더라면 …… ! 그러나 지금 네 눈에는 그것이 감추어져 있다.” -루카 19, 41-42  
성전의 파괴를 예고하시다 -루카 21, 5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셔서, 마굿간의 구유에서 삶을 시작하신 분은, 나자렛에서 자라나고, 갈릴래아에서 활동하셨습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예루살렘으로 ‘인 서울’하셔서, 세상의 중심이 되고 싶어 하고, 하느님께 의탁이 아닌 하느님을 사로잡고 있으려 하는 이스라엘의 왜곡된 욕망, ‘인 서울’의 집착을 깨고자 하십니다. 


이무기와 용
유통업계가 업계의 지형도를 바꿔 놓을 만한 ‘인수합병(M&A) 매물’을 놓고 ‘유통대전’을 치르고 있다. 현재 업계를 달구는 대표적인 매물은… 그다지 큰 매물은 아니지만 박빙의 차로 업계의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유통업계 입장에서는 알짜의 신규 부지 확보와 업계의 맏형 자리를 놓고 일종의 ‘자존심 대결’ 양상을 띠고 있다. 유통 빅3 그룹이 저마다 오너와 최고경영진의 적극적인 인수 의사를 밝히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100128 주간경향, ‘용이냐, 이무기냐’ 유통 ‘M&A 여의주’ 쟁탈전


이무기가 용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여의주를 물지 못해서, 또는 사람들 시선에 드러나서입니다. 여의주를 세 개나 물었지만 하늘로 올라가지 못한 이무기도 있습니다. 여의주는 바로 ‘나’를 드러내는 정체성입니다. 여의주는, 그것을 물면 용이 되는 외부적 특별한 것이 아닌, 내가 용이 되었을 때, 내 안에 머금게 되는 그것입니다. 여의주를 물어야 용이 되는 게 아니라, 용이 되어야 여의주를 품는 겁니다. 


나를 영글어 내지 못했을 때 나는 용이 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남의 시선에 사로잡혀, 나 자신을 부끄러워하며 가리려 들면, 용이 될 수 없습니다. 이것저것 많이 가지면 나를 실현하는 줄 착각하고, ‘나 자신’보다 다른 무언가를 자꾸 움켜쥐려 해도 용이 될 수 없습니다. 다 내려놓고, 오직 ‘나 자신’이라는 여의주 하나를 품어야, 용이 될 수 있습니다. 


둘 다 ‘한가운데’, ‘중심’입니다. 그러나, 나의 중심을 잡지 않고, 세상 중심으로 향하려 하면 이무기가 됩니다. 많은 이들이 되기를 바라는 세상용의 정체는 이무기입니다. 흙수저 타령, 개천 타령하는 이무기요. 그런 이무기는, 금수저를 물어도, 개천을 탈출해도 이무기입니다. 그러나 바로 그 흙수저를 가지고, 바로 그 개천에서, 자신을 익혀내면, 용이 됩니다. 


자신의 삶의 자리, 개천의 용이신 그분은, 온전한 알몸을 드러내고 자신을 바치셨습니다. ‘부끄러움’이 아닌, ‘환히 빛남’입니다. 

 

211219 5면 백그라운드(홈피용).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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