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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2 14:17

예언豫言이냐, 예언預言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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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정훈 도미니코 신부

220515 5면 렛잇비문화(홈피용).jpg

 

“성격유형 바꿔야 취업 되나”… 이제 MBTI도 스펙
[앵커] 성격유형을 검사하는 MBTI가 크게 인기를 끌면서 기업 마케팅 등 여기저기에 쓰이고 있는데요. 재미 삼아 보는 걸 넘어, 특정 유형은 채용 안 하겠다는 기업까지 나와 논란입니다. 이젠 MBTI도 스펙이냐는 불만이 구직자들 사이에서 터져 나오는데요. 기자가 전합니다.
[기자] 성격유형검사 MBTI는 4개의 알파벳으로 이루어진 단순한 결과를 제공합니다. 조합에 따라 성격은 16가지의 유형으로 나뉩니다. 몇 년 전부터 한 온라인 무료 검사가 인기를 끌었고 이제 MBTI 유형은 젊은 세대들에게, 대화의 필수 주제가 됐습니다.
기업들은 유행에 빠르게 편승했습니다. 유형별로 맞는 옷을 추천하고, 영양제 성분도 다릅니다. 인터넷에 쏟아지는 콘텐츠 중엔 편견을 조장하는 내용도 적지 않습니다. 채용 과정 중, 자신의 MBTI 유형을 적으라는 기업도 있습니다. 수협은행의 신입 공채 자기소개서 항목입니다. 자신의 MBTI 유형과, 장단점, 적합한 직무를 연결해 설명하라 합니다. 아워홈도 지난해 비슷한 항목을 넣었습니다.
기업들은 특정 유형을 콕 집어 우대 혹은 차별합니다. 특정 MBTI 유형은 아예 지원이 불가하다고 적기도 합니다. 주로 외향형을 선호하는데 대부분 편견에 기반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잘만 쓰면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데 도움을 주는 MBTI. 하지만 무분별한 사용에, ‘새로운 편견’과 ‘차별’로 자리 잡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커집니다. -220424 JTBC 뉴스 


MBTI는 심리학자 칼 융의 심리유형론을 근거로 만들어진 성격유형지표입니다. 4가지 범주에서 양극의 선호 경향을 따져서 -예를 들면 외향적이냐, 내향적이냐,- 총 16가지의 성격유형 조합이 나옵니다. 자신의 성격유형이 어떤지, 어떤 장점을 가졌는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각자의 ‘다름’을 이해하고 어떻게 조화로울 수 있을지에 대한 지혜를 배웁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편견의 빌미도 됩니다. 너는 이런 유형이니 분명 이럴 거야,라며 단정해 버립니다. 그러니 기업에서 일부 성격유형의 취업을 아예 차단하기도 하는 겁니다. 사람에 대해 ‘부분적’으로 ‘파악’한 ‘지식’을, 마치 그 사람을 ‘다’ 아는 양 써먹는 것입니다. 사람의 미래를 성격유형이라는 틀 안에 한계 지어, 열린 미래가 아닌 닫힌 미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차단당한 미래로 만들어 버립니다. 인간의 이런 장악욕은 ‘미래’ 자체에까지 미칩니다.  


하느님께 자신의 모든 것을 내맡기기로 다짐한 우리는 돈이나 권력을 우상으로 섬기거나 미신 행위를 하는 것을 바로 중단하여야 합니다. 자기 인생에 대하여 자신이 없고 자기 운명을 개척하려는 의지가 없는 사람들이 점술과 운명론에 의존하면서 팔자타령을 합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모르는 사람들은 인간이 하는 그럴듯한 말에, 또 통계학적이라고 하면서 과학을 가장하는 말에, 그리고 순전히 인간적인 확신에서 얻어진 결론들에 모든 것을 걸고 살아가기 마련입니다. 하느님을 믿는 이들은 인간의 자유 의지와 개척 정신을 무시하는 점술이나 운명론 등 온갖 종류의 미신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한국 천주교 예비신자 교리서, 제2과 우리가 내려야 할 결단


예비자 교리교육에 포함된 내용입니다. 세례를 받았음에도 호기심이나 절박함, 또는 진지한 믿음(?)으로 점을 보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막연한 기대감이나 재미 등을 이유로 든다 하더라도, 내가 마음을 두고 듣게 되는 것은 나를 족쇄 채웁니다.


너희는 주 너희 하느님께서 너희에게 주시는 땅에 들어가거든, 그 민족들의 역겨운 짓을 배워 그대로 해서는 안 된다. 너희에게는 제 아들이나 딸을 불 가운데로 지나가게 하는 자와, 점쟁이와 복술가와 요술사와 주술사, 그리고 주문을 외우는 자와 혼령이나 혼백을 불러 물어보는 자와 죽은 자들에게 문의하는 자가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런 짓을 하는 자는 누구나 주님께서 역겨워하신다. …주 너희 하느님께서 너희 동족 가운데에서 나와 같은 예언자를 일으켜 주실 것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야 한다. …주님께서 나에게 말씀하셨다. …나의 말을 그의 입에 담아 줄 것이다.” -신명 18,9-18  


신명기 18장은 ‘미래’를 ‘장악’하고자 하는 모든 행위를 하느님 앞에 ‘역겨운 짓’이라고 분명히 밝힙니다. 그리고 모든 점술 행위를 배척하고 이스라엘이 걸어갈 참 길, 곧 하느님 뜻에 따른 믿음의 길을 제시합니다.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불행하다고 생각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하느님에게 자신의 운명을 바꿔달라고 간청했다. 이에 하느님이 말했다. “세상에서 자신의 운명에 만족하는 사람을 찾는다면 네 소원을 들어주마.” 그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서둘러 여행길에 올랐다. ‘세상에 널린 게 행복한 사람인데 그중 한 사람을 찾는 것쯤이야 누워서 떡 먹기지.’ 


그는 곧장 궁궐로 가 왕에게 물었다. “왕이시여, 당신의 운명에 만족하십니까?” 왕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나만큼 불행한 이가 또 있을까! 왕위를 노리는 무리가 사방에 깔려 있고 백성과 나라의 안위가 시시때때로 위협받고 있어 밥 한술 제대로 넘길 수 없고 잠 한숨 편히 잘 수 없느니라. 차라리 집도 절도 없는 떠돌이가 부럽구나.”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는 곧장 떠돌이를 찾아갔다.


그가 떠돌이에게 물었다. “당신의 운명에 만족하십니까?” 떠돌이는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대답했다. “하도 굶어 뱃가죽이 등가죽에 붙게 생겼고 한뎃잠을 자느라 온몸이 쑤시는데 만족이라니요! 나는 하루에도 열두 번씩 하늘을 원망합니다.” 이번에도 헛다리를 짚은 사람은 방방곡곡을 떠돌며 다양한 사람을 만나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하나같이 ‘아니올시다’였다. 그제야 그 사람은 자신의 생각이 틀렸음을 깨달았다. 


이때 하느님이 나타나 물었다. “아직도 네 삶이 불행하고 괴롭다고 생각하느냐?” 그 사람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이제야 사람의 삶이 완벽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예전에는 불만족스러운 일만 생각하며 제 자신을 괴롭혔습니다. 이제 저는 제 삶에 만족합니다.” 하느님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보.아.라. 네. 운.명.은. 이.미. 바.뀌.었.다.” -천위신, 하루 30분 베이징대학교에서 인생철학을 배우다 


하느님의 ‘섭리’는, 1.당신이 주재하시는 역사의 ‘안정적 흐름’과, 2.예견할 수 없는 놀라운 ‘변화’를 함께 동반합니다. 절대적으로 자유로우신 그분께서는, 당신 닮게 만드신 인간 또한 ‘꼭두각시’로 만들거나 인간의 역사를 숙명으로 규정하지 않으십니다. 미래가 마치 정해진 양, 또는 미리 파악하고 장악할 수 있는 양 여기는 자세는, 하느님의 섭리를 무시하고 한없는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며 인간의 자유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입니다. 환히 펼쳐진 시야를 가려 버리고 눈앞에 당근 하나만을 매달아 설정해 놓고 그것에만 집착해 달려 나가는 꼴입니다.  


‘미래’는 여러 가지 이름을 가지고 있다.
약한 자에게는 ‘불가능’이고, 
겁 많은 자에게는 ‘미지’이며,
용기 있는 자에게는 ‘기회’(ideal, 이상)이다. -빅토르 위고, 레 미제라블

 
부활하신 분이 말씀하십니다. “보고서야 믿느냐?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 그래서 보이는 미래를 쥐려 합니다. 미래 장악욕이 아닌 하느님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미래를 향한 열린 자세와 용기를 가진 이가,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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