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말씀

약(藥)도 되고 독(毒)이 되는 말

posted Sep 0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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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최봉원 야고보 신부(교구 총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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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동물과 다른 것은 이성(理性)적인 능력으로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살아가면서 말을 하기도 하고, 들어주기도 해야 한다. 말을 하지 못하면 고통스럽고, 또 상대방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면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말은 꼭 필요한 것이면서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이기도 하다.


말은 소리와 다르다. 


소리는 단순한 음(音)이지만, 말은 사람의 생각이나 감정을 나타내준다. 한자로 ‘말한다.’라는 語(어)는 말을 뜻하는 言(언)과 나를 뜻하는 吾(오)를 합친 글자이다. 그것은 말이 나를 드러낸다는 의미다. 즉 말을 통해 그 사람의 됨됨이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려면 그에게 말을 시켜보면 된다고 했다. 공공기관에서 신입 사원을 뽑을 때 면접을 중요시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대인관계에서도 말이 많은 사람은 왠지 가볍게 보인다. 그러나 과묵하면서도 이치에 맞는 말을 하면 그 사람에게 신뢰가 간다.


말에는 힘이 있다.

 
우리는 말로써 상대방을 기쁘게도 하고 슬프게도 한다. 심지어는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집회 28,17-18에서 “매에 맞으면 자국이 남지만, 혀에 맞으면 뼈가 부러진다. 많은 이들이 칼날에 쓰러지지만, 혀 때문에 쓰러진 이들보다는 적다.”라고 했다. 그러므로 칼이나 총에 맞아 죽은 사람보다 혀끝에 희생된 사람이 더 많다고 한다. ‘왕따’를 당해 고통을 겪는 것도 말 때문이 아닌가? 예수님은 마태 7,1-2에서 “남을 심판하지 마라. 그렇게 해야 너희도 심판받지 않는다. 너희가 심판하는 그대로 너희도 심판받고, 너희가 되질하는 바로 그 되로 너희도 받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다. 남을 심판하는 것은 최종적으로 하느님께서 하실 일이니, 우리는 함부로 남을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거짓말도 잘하고 있다.


어린이들은 가정에서 부모로부터, 또 학교에서는 선배들로부터 거짓말을 처음 접하면서 배운다. 그렇게 자란 어린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거짓말을 많이 한다. 그러다 보니 한국인은 세계인들에게 아직도 거짓말 잘하는 민족으로 인식돼 있다. 


그리고 우리는 욕(辱)도 참 잘한다. 


칼끝보다 더 가슴 아프게 하는 것은 가혹한 욕이며 독설(毒舌)이다. 한국인들의 대화 속에 욕이 많이 등장한다. 특히 청소년들은 말을 하면서 50% 이상 욕을 한다고 하는데, 참 부끄러운 일이다. 


한때 미국 미네소타(Minnesota) 주립 대학에서 시작하여 전국으로 퍼진 세 가지 추방돼야 할 말이 있었다. 그것은 “That's not my job.”, “I don't care.”, “That's your problem.”이었다. 이 말들은 바로 이기주의, 개인주의, 방임주의에서 비롯되었으므로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또 영국 사람들이 꼭 해야 할 세 가지 말이 있었다. “I am sorry.”, “Thank you.”, “Please.”였다. 이러한 말을 자주 쓴다면 친절하고 겸손해지지 않을 수 없으므로, 적극적으로 권장한 것이었다. 


우리가 거짓말과 욕 잘하는 민족으로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정직하고 고운 말 잘하는 민족으로 살아갈 것인가? 당연히 정직하게, 또 욕 안 하는 민족으로 살아가야 한다. 생각은 많이 하고, 말은 적게 하며, 행동은 빨리하라고 했다. 우리는 신앙인으로서, 말하기 전에 반드시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 


그럴 때 우리가 하는 말은 독이 아니라 약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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