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사목
2023.05.18 11:16

장사는 잘 되는데, 일손이 부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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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윤종두 요한 신부/ 교구 이주사목센터장

장사는 잘 되는데, 일손이 부족합니다!

 “추수할 것은 많은데 일꾼이 적으니, 추수할 밭의 주인님께 일꾼들을 보내 주십사고 청하여라!(마태 9,38)

 

“신부님, 다음 주에도 오세요?
“신부님,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미사에 참례하니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어요!”


팬데믹의 긴 터널을 지나 올 3월부터 재개한 거제 장평성당의 영어미사때 어느 미국인 부부가 미사를 마치고 건넨 한 마디였다. 낯선 곳에서 전례 참여를 통해 큰 위로를 받았던 이 부부는 거리두기와 집합 제한 규제로 미사마저 중단되어 고독한 한국생활을 했던 것이다. 서서히 완화된 규제 속에서, 미사가 재개되었지만 팬데믹으로 인해 많은 외국인들의 일자리가 없어지고 본국으로 돌아간 상태라 외국어미사의 재개는 늦추어졌다. 이들은 영어미사를 하는 곳을 수소문해서 급기야 서울로 미사를 참례하러 다녔던 것이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나듯 서울까지 기쁜 마음으로 버스를 타고 올라갔단다. 먼 거리를 오가는 수고로움보다는 성체성사를 통해 예수님을 만나는 기쁨이 더 컸다고 한다.


본국에 있었으면 느끼지 못했을 감정이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하느님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확인하는 구원사적 경험이었으리라 믿는다. 창원에서 거제로 가는 자그마한 수고로움과 나의 업무이고 의무인 미사를 한 대를 봉헌하였는데, 너무 커다란 감사의 인사를 받아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미사 참례의 은총과 기쁨으로 가득 차 너무나 신나하는 교우를 만나는 것은 사제로서 행운이라 생각한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이러는 와중에 여러 곳에서 외국인들이 미사를 원하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함안 칠원성당에 새로 부임한 주임 신부한테 연락이 와서, 시골 본당에 청년들이 미사를 많이 참석한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그 청년들이 전부 베트남 사람들이라고 한다. 한국말이 너무나 서툴러 알아듣지 못하지만 주일을 거룩하게 지내려 성당을 찾는다고 했다. 예전부터 교우 공동체가 이들을 기특하고 가엾이 여겨 강당을 내주고 간식도 제공하며 모임을 갖게끔 배려를 해 주고 있었다고 한다. 이주민 센터장에게 이 사실을 알렸으니, 당연히 한걸음에 달려가야 하지 않겠는가! 그들을 만나고 여러 협의를 거쳐 매월 마지막 주일은 대성전에서 한국어미사를, 동시간에 1층 강당에서는 베트남어미사를 봉헌하기로 하고, 4월 마지막 주에 첫미사를 드렸다.


교구에 베트남 신부님 한 분이 상주하고 계시나, 이미 진주, 통영, 창원에 있는 베트남 공동체미사를 전담하고 계셔서 칠원성당까지는 도무지 미사를 봉헌 할 형편이 되지 않았다. 칠원 베트남 공동체에는 너무나도 미안하지만, 이제 말을 배우는 어린아이 같은 내가 베트남어로 미사를 봉헌할 수밖에 없었다. 이주민센터에 일하시는 베트남 수녀님의 도움을 받아 경문 읽는 훈련을 하고, 강론은 수녀님께 부탁을 드리고 어렵사리 첫미사를 마쳤다. 


이 소식을 어찌 들었는지 칠원, 칠서에 사는 필리핀 사람들이 본인들을 위한 미사는 해 줄 수 없냐는 문의도 들어온 상태이다. 이주민센터가 이제 ‘장사 잘 되는 집’이 되어가고 있다. 거제 장평성당, 함안 칠원성당에서 외국어미사를 봉헌하지만, 우리 교구 내 많은 지역에서 자국어로 드리는 미사를 목말라하는 교우들이 많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린다. ‘용원’에서도 필리핀 교우들이, 멀리 ‘밀양’에서도 필리핀 교우들은 그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이리저리 출장 다니느라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은 참으로 행복하다.


우리 회사를 찾아주는 고객들에게 감사한 마음도 전하며, 우리 고객들을 받아주시는 거제 장평성당, 통영 태평동성당, 함안 칠원성당의 출장지 신부님들과 교우 공동체에도 큰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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