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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진수 스테파노 신부

사순 시기 전례 안에서 접하는 첫 번째 말씀은 ‘가짜뉴스’에 관한 것이다.

하느님께서 말씀으로 사람을 창조하시고 숨(숨 역시 말씀의 출발점이다)을 불어넣으셨지만,

사람에게서 나온 여자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가짜뉴스’ 양산과 유포에 참여하는 것이다.(사순 제1주일 제1독서 창세 2,7-9; 3,1-7)

하느님 말씀의 결과물인 인간의 말은 이처럼 처음부터 하느님 말씀에 정면으로 역행한다.

현실뿐만이 아니라 하느님의 상마저도 왜곡하고 있다.

하느님은 인간을 창조하시고 생명을 부여하셨지만, 더 귀중한 뭔가는 당신만을 위해 유보하신다는 것이다.

이제 인간에게 유보된 무엇인가를 손에 넣고 ‘하느님처럼 되기 위해’ 몸부림치는 역사가 펼쳐진다.(도미니크 바르텔르미, 하느님과 그분의 모상)

이렇게 “죄가 세상에 들어왔고 죄를 통해 죽음이 들어왔다.”(사순 제1주일 제2독서 로마 5,12)

때가 차서 하느님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죄의 역사’에 전환점을 가져다 준다.

그분의 입에는 거짓이 없고, “하느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산다.”(사순 제1주일 복음 마태 4,4ㄷ)

하느님과 같은 분이시지만, ‘같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으시고’ 하느님께 경배하고 그분만을 섬기신다.(필리 2,6-11)

 

타볼산 위에서 베드로는 제자들뿐만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모든 인간을 대표한다.

주님께서 모세 및 엘리야와 나누는 대화에 조금도 참여하지 못 하는 사실(사순 제2주일 복음 마태 17,1-9) 역시 같은 맥락에 속하기 때문이다.

나름 대화에 끼어들려 하지만 베드로는 계속 겉돈다.

대화의 차원이 아예 다르기 때문이다. 구사하는 언어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베드로는 처음부터 대화 밖에 소외된 채 서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에 따르면, ‘조상들의 언어를 구사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끊임없이 가짜뉴스를 양산하는 사람의 말은 ‘조상들의 언어’를 배우고 구사함으로써 가짜뉴스라는 악순환에서 해방될 수 있다.

마카베오기 하권 7장의 어머니는 죽음을 앞둔 일곱 아들을 상대로 하나 하나 ‘조상들의 언어로’ 대화한다.(특히 21절과 27절)

이 대화에 세상을 대표하는 박해자 임금 안티오코스는 제외된다.

다른 언어를 구사하기 때문이다.

끊임 없이 현실을 왜곡하며 하느님 말씀에 대적하는 임금을 상대로 어머니는 ‘조상들의 언어로’ 하느님 말씀을 전하며 상기시킨다.

전하는 내용과 형식이 완벽하게 일치를 이룬다.

조상들의 언어는 하느님 말씀, 곧 ‘율법과 예언자’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어머니는 순교라는 ‘타볼산’ 위에서 ‘조상들의 언어로’ 모세(율법)와 엘리야(예언자)와 대화한다.

타볼산 위의 주님에 대한 전형이다. 이러한 어머니의 대화에 참여하기 위해서는(결국 가짜뉴스에 의해 구축된)

기존의 것들과 결별하고(사순 제2주일 제1독서 창세 12,1-4ㄱ) ‘산에서 내려와야 한다.’(마태 17,9)

베드로가 타볼 위에 지으려 했던 ‘초막 셋’(17,4)은 가짜뉴스의 결과물에 대한 상징이다.

 

사순 제3주일 하느님 말씀들은 ‘목마름’과 ‘물’에 대해 말한다.

우리가 목말라 하는 것은 실상 하느님 말씀이다. ‘진리에 대한 목마름’이다.

복음 말씀에 목마른 여인이 하나 등장한다. 얼마나 목이 탔으면, 남자가 다섯이나 있었겠는가? ‘신약판 팜므파탈’이라고나 할까.

사실 그녀에게 먼저 다가온 것도 주님이시다.

하지만 그녀는 “남자는 상처를 남기고 돈은 이자를 남긴다.”는 한 유명 여배우의 대사처럼 가짜뉴스에 기반한 현실의 실상을 조금이나마 맛본 자이다. ‘이번에도 역시 그러려니’ 했을 것이다.

그래서 일종의 ‘사회적 거리’를 둔다.

스스로의 실망을 통해 가짜뉴스가 아닌 하느님 말씀에 뿌리를 둔 참 현실만이, 진리만이 목마름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증거하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가짜뉴스의 양산자이자 동시에 피해자였던 그녀는 일종의 순교자로 거듭난다.

그리스어 martyria는 증거와 순교를 동시에 의미한다.

사마리아 여인은 자신의 삶을 통해 ‘예루살렘 vs 사마리아’라는 프레임을 양산하고 그 안에 갇히는 데 동참하였다.

그러나 말씀 자체이신 분을 만난 지금 마을 사람들을 상대로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대신 진리에 대한 증거를 하고 있다.

말씀 자체이신 분을 만나 ‘조상들의 언어’를 배우고 진리에 대한 목마름을 해소했다.

 

이렇듯 가짜뉴스에 기반한 역사는 필연적으로 순교로 정향 되어 있다.

말씀 자체이신 분의 순교로 이끌고 있다. 가짜뉴스에 기반한 말이 안 되는 거짓 현실에서 진리는 항시 순교로 스스로를 증언할 뿐이다.

이렇게 볼 때, <역사서>의 대미가 순교이야기로 장식되어 있다는 사실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자리를 내어준 사순 시기이다.

하지만 코로나보다 더 확산될 위험과 파급효과가 큰 것이 바로 가짜뉴스이다.

나는 어떤 언어를 구사하고 있는가? 그것이 ‘조상들의 언어’와 얼마나 연관되는가?

가짜뉴스로부터 ‘단식을 행하고’ ‘조상들의 언어로’ 기도할 뿐만이 아니라,

서로에게 ‘조상들의 언어’를 전하며 ‘자선을 행하는’ 사순 시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빵뿐만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으로 사는 우리이기에 서로에게 조상들의 언어를 전해주는 것이야 말로 자선의 극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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