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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재찬 안셀모 신부/ 분도 명상의 집

| 오늘날 참된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길

 

사랑과 자유로 열리지 않은 고독은 아무것도 아니다

 

“교우들에게 받은 상처 때문에 늘 혼자 성당에 머물며 기도만 해요. 이게 편안해요.”


“많은 사람들을 돕고 봉사도 많이 해 왔는데 이제는 지쳐요. 혼자 있고 싶어요.”


“자꾸만 영적인 공허감이 밀려오고 그래서 새로운 영성을 찾아다녀 보지만 늘 혼자인 것 같아요.”

 

스스로 하느님과 함께 고독 속에 충만하게 살고 있다고 말하면서 정작 사랑의 실천이 없다면 그 고독은 가짜다. 이러한 홀로 있음은 상처받기 두려워하는 이의 자기만족일 뿐이다. 우리가 고독 속으로 들어가는 참된 이유는 “예수님의 사랑”을 만나기 위해서이다. 거짓 고독은 자신의 오만과 결점을 감추기 위해 고독한 척하는 것이다. 끊임없는 영적인 공허를 메꾸기 위해 사람을 필사적으로 필요로 하면서 동시에 그렇지 않은 척한다. 스스로를 고립시키며 자신은 다른 이들과 다른 고상한 존재라고 생각하며 아무도 자신의 내면에 들어올 수 없도록 문을 잠그고 도피한다. 자기중심적이면서 동시에 자신을 존중할 줄 모른다. 사랑을 주고받을 줄 모르며 사랑을 소유하려 들고 집착한다. 


반면 참된 고독은 하느님 중심적이며 사랑으로 나아간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내며 겸손하고 사심이 없다. 그의 고독은 세상으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다. 오히려 더 큰 하느님의 사랑에 머물기 위한 시간이다. 참된 고독 속에 있는 이들은 다른 사람의 영혼을 정화해 줄 수 있으며 영적인 충만함 속에서 모든 것을 사랑하지만 사랑에 집착하지 않는다. 


참된 고독은 사랑으로 나아가는 고독이다. 트라피스트 수도회 수도승이었던 토마스 머튼이 1966년 일기에서는 “고독과 사랑의 관계”를 분명하게 표현하고 있다. “오늘 『고독 속의 명상』 일본어판 머리글로 쓴 고독에 대한 단상을 다시 고쳐 썼다. 글 내용이 조금 깊이 있어 보인다. 한 가지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사랑이 없다면 모든 것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사랑과 자유로 열리지 않은 고독은 아무것도 아니다. 사랑과 고독은 진실로 성숙과 자유로 나아가는 바탕이다. 고독을 위한 고독 -고독 이외의 것은 모두 배제한 고독- 은 아무 의미가 없다. 진정한 고독은 모든 것을 끌어안는다. 고독은 아무것도, 아무도 거부하지 않는 사랑의 충만함이기 때문이다. 고독은 모든 것 안에서 모든 것에 열려 있다.”


참된 고독에 들어간 이는 더 이상 욕망이 없기에 그 고독은 사랑하기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두려움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쓰라린 괴로움에서도 자유롭다. 또한 쓰라린 괴로움이 정화되었기에 그 영혼은 안전하게 홀로 있을 수 있다. 참된 고독 속에 사는 이는 고독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사랑이나 증오를 자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더 이상 고독을 위한 장소에 얽매이지 않는다. 설령 자신이 고독한 사막으로의 이끌림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기는 하지만, 여전히 도시 속에 남아 있어도 개의치 않는다. 그 영혼은 모든 곳에서 모든 이를 위해 홀로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독과 사랑, 그리고 자유와 관련하여 토마스 머튼의 변화된 모습은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세상과 분리되어 수도원의 깊은 고독 속에 살던 그가 1958년 3월 18일 루이빌이라는 도시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때 그는 거리에서 지나가는 사람들 가운데 현존하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뜨겁게 체험하게 된다. 자신을 압도하는 이 깊은 영적 체험은 그가 세상을 향해 마음의 문을 활짝 열게 했으며, 수도승이요 사제라는 우월감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세상의 많은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그의 사랑을 향해 열려진 고독은 이제 더 이상 자신을 수도원 울타리 안에 가두지 않고 오히려 참된 고독을 모르는 세상을 향한 사랑과 자유의 외침이 되었다. 이 체험 후, 그는 고독 속에서 하느님의 사랑에 깨어난 이는 “세상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며, 스스로도 세상의 여러 문제들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그리스도의 사랑과 평화를 심기 위해 전쟁 반대 운동과 소외되고 고통받는 이들을 돕기 위해 분투하였다.


우리 역시 하느님 앞에 홀로 머무는 고독 속에서 진정 예수 그리스도의 고독과 만나야 한다. 그리고 그 고독에서 흘러나오는 그분의 더 큰 사랑과 하나 되어 그 사랑을 이웃과 세상에 나누어야 할 것이다.

 

210808 현대영성 백그라운드(홈피용).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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