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영성

나는 무엇을 보고 사는가?

posted Sep 09,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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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재찬 안셀모 신부/ 분도 명상의 집

| 오늘날 참된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길

 

나는 무엇을 보고 사는가?

 

왜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내가 보는 것을 보지 못할까?


그 사람이 미워지니 그 사람의 모든 것이 삐뚤게 보여요!

 

예수님을 바라보고 살고 싶은데 자꾸 사람들이 예수님을 가려요.

 

현대인들이 가장 많이 보고 사는 것이 무엇일까? 문득 모니터 화면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컴퓨터, TV,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며 하루 종일을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물론 화면 자체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 화면에 담긴 내용을 본다. 각자의 관심사에 따라 원하는 것을 본다. 그 안에는 유익한 것도 있고, 휴식을 위한 것도 있다. 하지만 잘못된 정보로 현실을 왜곡하거나 게임과 같이 중독을 유발하는 것도 있다. 그래서 어떤 것을 선택하고 어떤 것에 관심을 갖느냐 하는 것이 참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관심과 집중과 관련하여 ‘컬러 배스 효과(color bath effect)’라는 말이 있다. 여기서 ‘bath’는 색을 입힌다는 뜻으로 색깔을 매개로 아이디어를 만드는 발상법의 일종이다. 사실 무언가를 마음에 두면 그것이 유난히 눈에 잘 들어온다. 가령 잘 아는 사람이 새 차를 사게 되면 신기하게도 거리에서 같은 종류의 차가 눈에 잘 들어온다. 컬러 배스 효과의 핵심은 관심과 집중이다. 특정한 것에 관심을 갖고 집중을 하다 보면 새로운 발상이 떠오른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심리적인 의미에서 재해석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누군가를 좋아할 때 그에게 관심과 집중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사람의 모든 것이 좋아 보이게 된다. 반대로 우리가 누군가를 미워할 때 그 사람의 모든 것이 싫어지고 심지어 잘하는 것도 삐딱하게 바라보게 된다. 왜 그럴까? 자신이 생각하거나 원하는 방식으로 상대가 말하거나 행동하지 않았을 때 우리는 온통 그것에만 관심과 집중을 하기 때문에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 것이다.  


영적인 면에서도 이와 유사한 현상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가 예수님을 안다고 하지만 때때로 내가 만난 예수님에 갇혀 그것이 전부인 양 여기는 사람을 만나곤 한다. 굉장히 합리적이고 논리적이지만 오히려 믿음이 부족하고 한 쪽으로 치우친 신앙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 때로는 하느님을 자신의 생각대로 바꾸려 하거나, 자신의 생각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 하느님을 배척하거나 믿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자신의 틀 안에서 자신이 보려는 하느님만을 바라보고 자신이 믿고 있는 하느님이 전부라고 여기는 것이다. 이것은 관심과 집중을 하느님께 두지 못하고 자기 자신에게 두기 때문에 일어나는 영적 미성숙이다. 예를 들어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요한복음(6,1-15 참조)에 예수님께서는 많은 군중을 보시고 필립보에게는 먹을 빵을 어디서 살 수 있겠느냐고 물으셨다. 그러자 필립보는 “이백 데나리온어치 빵으로도 충분하지 않겠다”고 답을 한다. 맞는 대답인 것 같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질문에 엉뚱한 대답을 했음을 바로 알 수 있다. 예수님은 ‘어디서’라고 물었는데, 필립보는 ‘빵 값’을 따지고 있다. 예수님이 이 많은 사람을 먹일 빵을 줄 수 있는 분인데, 필립보는 빵을 살 돈 걱정을 한 것이다. 즉, 그의 관심은 예수님이 아니라 돈에 있었던 것은 아닐까? 어쩌면 우리 역시 필립보처럼 나의 관심에 따라 예수님을 바라보려는 경향이 있다. 내가 원하는 것에만 집중해서 예수님을 바라보려고 한다. 가령 정의의 관점에서만 하느님을 바라보는 것은 부족하다. 사랑과 자비, 초월성과 내재성, 십자가와 고통 등 다양한 관점에서 우리는 그분을 바라보아야 한다. 하느님은 마지막까지 우리가 다 알 수 없는 분이다. 다만 우리는 그분을 믿고 사랑할 뿐이다.  


이러한 자기중심적인 영적 바라봄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예수님을 중심으로 예수님의 눈으로 바라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예수님께 먼저 관심과 집중을 가져야 한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 주시고 사랑해 주시는 예수님의 그 마음으로 하느님을 바라보고 사람들과 세상을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럼 하느님과 사람들과 세상이 달라 보이기 시작한다. 나는 지금 누구를, 무엇을, 어떻게 바라보며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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