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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영선 루시아 수녀/ 광주가톨릭대학교

| 구원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시나이 산에서 계약을 체결하다(탈출 19-24장)

 

이스라엘 백성은 이집트를 떠난 지 두 달 만에 시나이 광야에 이르게 됩니다. 그들은 시나이 산 앞에 진을 쳤습니다. 시나이 산은 높이가 약 2,285 미터이며, 아랍 사람들은 이 산을 ‘모세의 산’(예벨 무사)이라 부릅니다. 우리도 이곳에서 여장을 풀겠습니다. 


노예살이를 하던 이집트를 떠나 시나이 광야에 도착하기까지 이스라엘 백성이 걸어왔던 여정은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 그리고 하느님의 보호와 돌봄을 받는 그들은 누구인지를 알아가는 과정이었습니다. 그들은 하느님의 놀라운 이적과 권능을 체험하였고, 낮에는 구름기둥으로, 밤에는 불기둥으로 그들과 함께하시며 그들의 굶주림과 목마름을 채워주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하느님께 온전한 신뢰를 드리기는커녕 그분의 사랑을 의심하거나 불신하며 현실의 도전 앞에서 주춤거리는 자신들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제 시나이 산자락에 이른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느님께서는 계약을 제안하십니다. 이 제안은 이스라엘 백성과 하느님의 관계를 흔들림이 없는 확고한 관계로 만들고자 하시는 하느님의 원의를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 제안하신 이 계약은 조건적인 계약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이 계약의 조건을 준수한다면, 그들은 하느님의 소유가 되고, 사제의 나라가 되며, 거룩한 민족이 될 것입니다(탈출 19,5-6). 곧, 이 계약으로 이스라엘 백성은 그 누구에게도 양도할 수 없는 하느님의 것이 되며, 세상과 하느님을 연결해 줄 사제의 역할을 하는 나라가 되고, 하느님의 거룩하심을 드러낼 하느님께 속한 민족이 될 것입니다. 이스라엘의 온 백성은 하느님의 제안에 동의하였습니다. 그리하여 계약의 체결이 이루어집니다. 


먼저, 이 계약은 이스라엘 백성의 신원이 바뀌는 중요한 사건인 만큼 삼 일간의 준비가 필요하였습니다. 그들은 자신을 성결하게 하고, 하느님의 거룩하심을 침해하지 않도록 경계를 정합니다. 하느님께서 임하실 산은 거룩한 곳이기에 어떤 부정도 다가가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이스라엘 백성은 시나이 산자락에 접근하는 것이 금지됩니다. 삼 일째 되는 날 우렛소리와 함께 번개가 치고, 짙은 구름이 산을 덮었을 때 하느님께서 불과 연기 가운데 나타나셨습니다. 백성은 산기슭에 머물고 하느님께서는 산봉우리로 내려오셨습니다. 이때 하느님께서 이 계약의 조건인 십계명(탈출 20,1-17)과 계약법전(탈출 20,22-23,33)을 알려주셨습니다.  


이어서 계약식이 거행되는데, 성경에는 이 계약식이 세 가지의 버전으로 소개됩니다. 탈출 24,1-2.9-11에 의하면 모세와 아론, 나답과 아비후, 그리고 이스라엘의 원로 일흔 명이 계약식에 참여하였고, 하느님의 신현을 목격한 후 함께 음식을 나눔으로써 계약을 비준하였습니다. 탈출 24,3-8에 의하면 모세와 백성들이 계약식에 참여하였습니다. 그들은 산기슭에 제단을 쌓고 기념 기둥 열두 개를 세운 후에 제사를 바치고, 짐승의 피의 절반은 제단에 뿌렸습니다. 그다음 모세가 계약의 책을 읽어주었고, 백성은 그 모든 것을 실행하겠다고 응답하였습니다. 그러자 모세는 나머지 절반의 피를 백성에게 뿌리며, “이는 주님께서 이 모든 말씀대로 너희와 맺으신 계약의 피다.”(24,8) 하고 선언하였습니다. 이로써 계약의 비준이 이루어졌습니다. 탈출 24,15-18에 의하면 모세 혼자 산에 올라갔고, 칠 일째 하느님께서 모세를 부르신 후 사십 일간 그에게 법을 계시하셨습니다. 이 계약식의 비준은 탈출 31,18에서 하느님께서 모세에게 직접 쓰신 돌로 된 두 증언판을 주심으로써 이루어집니다. 


시나이 계약으로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한가운데 임하실 것이며, 이렇게 하여 메마르고 황량한 땅인 시나이 광야는 이스라엘의 신앙의 근원이 되는 거룩하고 신성한 장소가 되었습니다.

 

220123 8면 구약성경의순례(홈피용).jpg

시나이 산의 이스라엘인
출처: 네이버 블로그-성경 미술관(Bible Art Gallery)
윌리엄 터너(Joseph Mallord William Turner, 1775~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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