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자

“고개를 숙이면 부딪치는 법이 없습니다”

posted Aug 10,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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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나자렛 예수 수녀회

220807 8면 나자렛예수 상단이미지(홈피용).jpg

 

본당의 교사들에게 5회에 걸친 실천교리 연수를 해 달라는 친구 신부님의 부탁을 받았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만난 교사들은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열정, 능력, 리더십, 지식, 창의력 등이 매우 뛰어난 실력자들이었습니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모습 안에서는 일치와 겸손이 부족하다는 것 또한 느껴졌습니다. 일치와 겸손은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한 가치이기에 하느님의 마음을 우리의 마음 안에 담을 수 있는 은총의 시간 안에서 교사들이 일치와 겸손의 마음으로 거듭나기를 기도하며 실천교리교육을 시작했습니다.


실천교리교육은 신앙과 인성을 겸비하여 관계 안에서 서로 경청하고, 서로의 것을 받아들이며 머리가 아닌 마음을 채우는 교육을 통해 자아를 발견하고 찾음으로써 참된 삶의 의미와 가치를 체험하는 교육이기에, 교사들 모두 머리가 아닌 마음을 채우는 것에 목표를 두고 연수를 진행하였습니다. 그 결과, 교사들 모두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겸손의 참된 의미를 알게 되었으며 5회차 마지막 교육에는 첫영성체를 준비하는 어린이들이 직접 교리에 참여하여 교구를 작업하고,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부탁을 해 왔습니다.


교육 마지막 날!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지니셨던 바로 그 마음을 여러분 안에 간직하십시오. 그분께서는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하느님과 같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으시고 오히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들과 같이 되셨습니다.”(필리 2,5-7)라는 성경 말씀을 묵상하며 ‘그리스도의 자기 비움 (Kenosis)’을 언어화, 시각화, 이미지화, 동작으로 표현하는 공동작업과 어린이들과 교사들이 함께 교구 작업을 통해 말씀 안에 살아계신 하느님을 이성과 감성으로 직접 체험하고 또한 소감을 발표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였습니다. 


첫 번째 교구 실습은 유리컵과 물이 든 주전자로 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우리의 마음을 형상화한 유리컵과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재능, 지식, 사랑 등을 표현하는 물을 설명한 뒤, 한 개의 유리컵에는 물을 70%만 담고, 다른 컵에는 물이 넘치도록 가득 따르게 하였습니다. 첫 번째 실습 소감을 발표하는 시간, 10살의 어린이들이 성경 말씀과 접목하여 진행된 프로그램이 주는 가치를 얼마나 이해했을까 싶었지만 예상외로 어린이들의 나눔은 아주 진지했습니다. “물이 적게 담긴 컵은 어느 곳으로 옮기더라도 물이 흐르지 않고 주변을 어지럽히지 않지만, 물이 가득한 컵은 조금이라도 컵을 움직이면 손도 물에 젖고 주변도 물이 흘러 엉망이 되어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이 불가능해요. 우리도 마음이 내 생각과 욕심으로 가득 차 있으면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수도 없고, 움직일 수 없어요. 그래서 우리 마음에 다른 사람의 마음이 들어올 수 있게 우리 마음을 조금씩 비워야 해요.”라는 어린이의 말에서 아이들이 연수가 지향하는 가치를 완전히 받아들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교구 실습은 높이가 아주 낮은 문, 또 다른 문은 그보다 조금 높은 문을 만들어 기차놀이를 하면서 그 문을 통과하는 것이었습니다. 누군가는 장난을 치느라 머리를 숙이지 않고 문을 통과하다 머리를 부딪치기도 하였고, 아래를 보지 않아 문턱에 발이 걸리기도 하였습니다. 두 번째 실습 소감문을 발표하는 어린이들의 나눔도 첫 번째 나눔과 같이 깊이 있는 나눔이었습니다. “머리를 숙이지 않거나, 발밑을 보지 않으면 머리를 부딪치고 발이 걸려 넘어져요. 그래서 우리 모두 겸손하게 머리를 숙이는 사람이 되어야 해요.”라고 말한 어린이들에게 대표 교사가 “그럼 예수님은 어떤 마음을 갖고 계시는지 이야기할 친구 있나요?”라고 질문을 했더니 “넘치지 않을 만큼의 물이 담긴 유리컵의 마음처럼 넉넉한 마음이요.” “다른 사람의 마음을 받아들이는 마음이요.” “겸손한 마음이요.” “사람의 마음을 아프지 않게 하는 마음이요.” “고개를 숙이는 마음이요.” 등의 대답이 여기저기에서 들려왔습니다. 꾸밈없는 어린이들의 대답은 모두를 숙연하게 만들었고, 마지막 교육에서 어린이들의 맑은 마음과 가림 없는 시선으로 바라본 ‘예수님의 마음’을 교육에 참석한 모든 이가 마음으로 체험하고 되새기며 교육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삶의 여정에서 누구나가 겪었을 가장 큰 어려움은 자신의 생각과 의지를 내려놓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들도 매일의 삶 안에서 우리가 직면해야 하는 내면의 갈등 앞에서, 의견을 나누어야 하는 형제, 자매 앞에서 조금만 고개를 숙이고 겸손한 마음을 나눈다면 우리의 마음은 예수님께서 지니셨던 마음으로 가득히 채워져 매일이 그리스도의 평화와 향기로 가득 채워질 것입니다.

220807 8면 나자렛수녀회 하단이미지(홈피용).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