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자

하늘에 별이 되어…

posted Nov 30,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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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작은자매관상선교수녀회

작은자매관상선교수녀회 한국 공동체는 겨우 20명 남짓한 작은 공동체다.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회원들을 다 합친다 해도 120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한 자매가 하늘에 별이 되어 떠났다. 그것도 60년을 다 채우지 못하고서.


떠나고 나니 얼마나 우리에게 소중했던 자매인지 절절히 깨닫는다. 이는 떠남이 남겨놓은 빈자리 때문만이 아니다. 적은 수에 또 숫자가 줄어들었기 때문은 더더욱 아니다. 자매의 삶이 그토록 내어주는 아름다운 삶이었음을 이제야 알았다는 아쉬움 때문이다. 


언젠가 그가 한 말이다. 
“나는 죽을 때 하얀 재가 될 거예요. 모든 것을 쏟아내고 그 어떤 힘도 더는 남지 않을 때까지 항상 삶에 충실할 거예요.”


하늘의 별이 되기 2~3주 전에 “저는 아쉬운 것이 없어요. 받을 사랑 다 받았고 저도 내어줄 것 다 주었어요. 그저 감사할 뿐이에요. 이제 떠나도 돼요.” 그렇게 자매는 다 내어놓고 떠났다. 우리도 그렇게 살아가라는 커다란 숙제 하나를 던져 놓고서 말이다. 
자매의 삶을 다시 바라보면서 읽게 된 복음 구절은 나에게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했다. 율법 교사와 예수님과의 대화다.

 
“스승님, 제가 무엇을 해야 영원한 생명을 받을 수 있습니까?”
“율법에 무엇이라고 쓰여 있느냐? 너는 어떻게 읽었느냐?”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힘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하였습니다.” 
“옳게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여라. 그러면 네가 살 것이다.”(루카 10,25-28)


“그렇게 하여라. 그러면 네가 살 것이다.”


그렇게 하면 영원한 생명을 받을 것이라고 말씀하지 않으시고 살 것이라고 하신다.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삶을 살 때만이 살아있는 것이고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죽은 목숨을 사는 것이라 말씀하시는 듯했다. 자매는 얼마나 충만하게 살았던가! 


자매가 충만히 살아낸 그 삶은 우리 가슴속에서 별처럼 빛을 내며 손짓한다. 
“이렇게 사는 거야!”


자매가 시장에 가면 다 시들은 채소를 사 왔다. 할머니가 길가에 앉아 팔고 있는데 아무도 사 가지 않아 그랬단다. 왜 불쌍한 사람은 그 자매의 눈에 그리 잘 띌까? 누가 무엇을 부탁하면 거절하지 못한다. 아니 부탁하기도 전에 알아차린다. 


다 내어주고 기운이 다할 때까지 일하는 자매의 모습을 볼 때마다, 그의 어리석음을 알량한 속된 똑똑함으로 ‘사람이 어찌 저리 균형이 없을까?’ 판단하고 야단쳤는데 이제야 알아듣는다. 자매가 택한 삶의 방식이었다는 것을! 


이 세상에서 죽은 목숨으로 산 사람이 어찌 영원한 생명을 누릴 수 있겠는가? 
내가 사는 이 자리에서, 지금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 영원한 사랑 안에 들어가려면 말이다. 


“자기 목숨을 사랑하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이 세상에서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에 이르도록 목숨을 간직할 것이다.”(요한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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