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자
2020.02.27 13:19

죽음이 죽음을 삼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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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The Passion of the Christ)에는 인상 깊은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박혀 숨을 거두시자, 그곳에 사람 모습을 하고 있었던 사탄이 아~~~~~~ 괴성을 지르며 몸을 비틀고 발악하는 모습입니다.

죽음이 죽음을 삼키는 현장을 아주 실감나게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희는 결코 죽지 않는다. 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 너희 눈이 열려 하느님처럼 되어서 선과 악을 알게 될 줄을 하느님께서 아시고 그렇게 말씀하신 것이다.”(창세 3,4ㄴ.5) 가장 간교한 뱀이 하와를 유혹하며 한 말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사람의 아들은 사람들의 손에 넘겨져 그들 손에 죽을 것이다.”(마태 17,22ㄴ.23ㄱ)라고 말씀하십니다.

 

주님을 섬기는 배움터, 사랑을 배우는 사랑의 학교 수도원에서의 공동생활은 ‘결코 죽지 않으려는 나’가

‘기꺼이 죽으려는 나’로 변화되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수도원에서의 공동생활은 난 척, 든 척, 된 척하며 살아왔던 실제 저의 모습들,

어렸을 때부터 무의식적으로 억압해 왔던 그 수많은 상처들, 고통들, 아픈 기억들이 피할 수 없는 관계의 긴장과 갈등 속에

하나둘씩 표면에 드러내면서 ‘결코 죽지 않으려’ 발버둥치는 저의 민낯과 결정적으로 맞닥뜨리게 합니다.

‘너 때문’이라는 책임 회피, 변명은 저 자신과의 관계, 하느님과의 관계는 물론

이웃과 피조물인 자연과의 관계를 단절시키는 ‘죄’의 악순환의 그 메커니즘이 관계 안에서 어떻게 작용해 왔고

지금 어떻게 작용하며 영향을 미치는지 명확히 보여줍니다. 아담과 하와의 원죄 이야기는 바로 저의 이야기인 것입니다.

 

그래서 제게는 이 죄의 악순환의 메카니즘에서 저를 구원해 줄 구원자,

사람들의 손에 넘겨져 그들 손에 기꺼이 죽으신 그분의 정신, 힘, 영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그리고 수도원 안에서 살며 규칙과 아빠티사(여자수도원장) 밑에서 분투하는 가장 굳센 회수도자들인 저희 수녀님들의 도움에 힘입어

저 자신 안에 죽음이 죽음을 삼키기까지 ‘기꺼이 죽을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리고 지금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19에 감염된 이들과 치료하는 의료진들,

대책 마련에 힘쓰는 모든 이들에게 지치지 않는 새 힘을 채워주시어 우리 모두 이 난국을 무사히 넘어갈 수 있게 되기를 마음 모아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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