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생활을 하다가 보면 나는 부족한 게 참 많은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될 때가 있다. 아무 대가 없이 헌신하고 봉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가 한 일을 생색내지 않고 늘 웃으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한다. 보이지 않는 뒷마당을 비질하는 고마운 사람들이다. 그들을 보면 마음이 숙연해져서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나는 과연 마음으로부터 우러나 자발적으로 봉사하고 헌신한 적이 있는가. 작은 일에 침소봉대하지 않았는가.
남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고 희생하는 사람들은 주님의 말씀을 몸소 실천하는 참 신앙인으로서 선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모가 없는 마음으로 생각을 아름답게 디자인하고 곱게 다듬은 말을 내놓음으로써 주변에 사람들이 모인다. 행여 일이 잘못되면 자기 탓으로 돌리고 늘 미안해하고 감사해하며 고맙게 생각한다. 빵을 나눌 때는 육안으로 드러나게 자기 것을 작게 가지므로 불평을 잠재운다. 양보하고 배려하는 심성에 열심히 물 주며 여유의 그릇에 감성과 이성을 맛나게 비벼 먹고 영혼의 살을 찌울 줄 아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삶의 질감이 맑고 담백하고 투명하여 앉은 자리는 빛나고 뜬 자리는 그리움이 고인다. 옥수수 대궁을 적시는 빗소리처럼 아름답고 대나무 숲에 세 든 바람처럼 청량하다. 내가 봐도 좋은데 하느님 보시기에 오죽 좋겠는가.
우리 구역에도 그런 선량이 있다. 즐거운 마음으로 봉사하며 늘 얼굴에 함박웃음을 달고 다닌다. 발을 밟아도 성은커녕 밟혀서 미안하다고 할 사람이다. 그들 부부는 서로 쳐다보면 웃는다. 실성해서가 아니다. 모로 보나 거꾸로 보나 좋으니 이빨에 고춧가루가 붙어있어도 좋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있으니 그렇지 못한 사람은 바로 비교된다. 구역장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 모임에는 다 착한 사람인데 유독 한 사람만 보통 사람이 있다고 한다. 그게 누군지는 옆집 개도 안다. 아내에게 물어봤다. 당신은 다시 태어나면 나 같은 사람 만날 거냐? 고. 대답 대신 먼 산 쳐다보는 아내의 얼굴에 서산 그림자가 덮였다. 아무래도 이 생이 끝나면 아내를 만날 수 없을 것 같으니 지금부터라도 잘하는 수밖에 없겠다. 유행가 가사도 있지 않은가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
내가 생각하는 가장 훌륭한 선교는 삶을 선하게 사는 것이다. 그 사람에게 끌려 다가가면 결국 주님의 품이니까. 목청 높일 것도 없다. 선하게 살자. 그게 어려우면 선한 사람 따라 하기라도 해보자 선한 사람 그늘엔 습기도 없어 향기롭고 아름다운 신앙의 꽃이 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