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말씀
2020.09.29 16:32

하느님은 첫째, 나는 셋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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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은 첫째, 나는 셋째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

시골의 어머니가 도시에 사는 아들 집을 찾아갔다. 며칠 지냈는데, 자기를 대하는 며느리의 태도가 좀 이상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집에 서열이 있어 보였다. 1번은 며느리, 2번은 손주, 3번은 남편, 4번은 강아지, 5번은 파출부, 그리고 자기는 6번 정도 되는 것 같았다.

속이 상한 어머니는 아들 집에 더 머물러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들 앞으로 “3번아, 6번은 집으로 간다.”라는 메모를 남기고 돌아왔다. 그 메모를 먼저 발견한 며느리는 웃으며 “흥! 자기가 6번이라고? 진짜 6번은 친정어머니인데.”라고 했다.

 

모든 계명 가운데서 첫째 가는 계명은 무엇인가라는 율법 학자 한 사람의 질문에 예수님은 이렇게 대답하셨다. “첫째는 이것이다. ‘이스라엘아, 들어라. 주 우리 하느님은 한 분이신 주님이시다. 그러므로 너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둘째는 이것이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이보다 더 큰 계명은 없다.”(마르 12,29-31)

 

첫째 계명은 신명 6,4-5로, 유대인들이 쉐마shema라 부르면서 늘 마음에 새겨 두는 내용이었고, 둘째 계명은 레위 19,18로 유대들이 지켜나가야 할 규칙이었다. 그야말로 온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이 이 두 계명에 달려 있다고 했으며(마태 22,40), 또 모든 번제물과 희생 제물보다 낫다(마르 12,33)고 했다. 

첫째와 둘째인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계명은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 분리될 수 없으며,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곧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임을 알아야 하겠다. 예수님은 작은 이웃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준 것이 바로 당신께 해준 것이라고 하셨다(마태 25,40).

 

우리는 신앙인이다. 

그러므로 신앙인은 이러한 가르침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관을 설정해야 한다. 그것은 ‘첫째는 하느님, 셋째는 나’라는 원칙이다. 그러면 당연히 둘째는 누군가라는 의문이 생긴다. 둘째는 누구이겠는가? 둘째는 말할 것도 없이 예수님이 말씀하신 대로 우리의 이웃이다. 사도 바오로는 “남을 사랑하는 사람은 율법을 완성하는 것입니다.”(로마 13,8)라고 했다. 그래서 나 자신이 첫째나 둘째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예수님은 하느님을 사랑하고, 또 하느님의 뜻을 받들어 인류 구원을 위한 십자가의 제물이 되기까지 하셨다. 또 열두 제자들도, 사도 바오로도, 성인 성녀들도, 순교자들도 모두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삶을 살아갔다. 

 

10월은 묵주 기도 성월聖月이며, 전교의 달이다. 

‘코로나19’와 함께하는 요즈음, 주변 사람에게 ‘믿음 천국, 불신 지옥’을 외칠 일이 아니다. 인간을 너무나 사랑하시는 창조주 하느님을 알게 해주고, 이웃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삶을 살아 주어야 한다. 몸은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어야 하지만, 마스크를 쓰고 열을 재며 명부를 작성하고 모임을 자제하면서도 마음이 가까워지는 삶도 살아야 하겠다. 그냥 지나치지 않고 직접 다가가 도움을 준 착한 사마리아인(루카 10,33-34)처럼 말이다. 

 

이것은 ‘하느님은 첫째, 나는 셋째’라는 원칙대로 사는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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