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자
2020.09.29 16:44

저는 어둠만으로도 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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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밝음은 저의 어둠입니다. 저는 당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저 혼자서는 당신을 알기 위해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만약 제가 당신을 상상한다면, 저는 잘못하는 것입니다. 

만약 제가 당신을 이해한다면, 저는 망상에 사로잡힌 것입니다. 

제가 당신을 안다고 확신한다면, 저는 미친 것입니다. 

저는 어둠만으로도 족합니다. 아멘. (토마스 머튼)

 

201004 토마스머튼(홈피용).jpg

토마스 머튼

 

올 초여름에 8일 동안의 연피정을 마쳤는데, 저희 수도회의 선배이신 토마스 머튼 신부님의 생애와 영적 변화의 여정과 하느님 체험이란 주제였습니다. 위의 기도는 강사 신부님께서 피정을 시작하시면서 저희에게 들려주신 것으로 토마스 머튼 신부님께서 미국 겟세마니 트라피스트 수도원에 입회(1941년 12월 10일) 후 약 2주 뒤에 맞은 첫 성탄 자정미사를 앞두고 바친 것이라고 합니다. 

 

20세기의 아우구스티노, 신비가, 예언가, 작가, 시인, 화가, 사진작가, 종교 간 대화 운동가, 핵과 전쟁 반대 운동가로 불리며 현대의 탁월한 영성가로서 명성을 날리는 그분의 생애와 영적 여정은 그야말로 타락의 끝에서 하늘 위 끝까지 올라간 인간 영혼의 상승의 길을, 하느님께서 어떻게 그 여정을 동반하시며 당신께로 이끌어 가셨는지를 잘 볼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엄격한 침묵과 고독 속에 하루 일곱 번의 성무일도, 미사성제, 거룩한 독서, 육체노동을 통해 거짓 자아의 껍질을 벗고 우리 자신 안에 이미 주어져 있는 참된 자아를 만나 그 안에 현존하시는 하느님을 발견하며 자기 자신이 되어간 이 수도승을 통해 하느님께서는 관상觀想에 대한 그리스도교 전통적인 개념을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이해할 수 있는 개념으로 현대화하는 데 공헌하고, 관상이 특별한 사람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는 하나 됨의 체험과 초월적 일치임을 알려 주셨습니다.

 

이 관상을 통해 하느님과의 일치를 체험한 토마스 머튼 신부님은 타인에 대한 개방과 영적 자유 안에서 종교적, 문화적 경계를 넘어 초-문화적인 성숙에 다다르며, 관상을 통하여 관상 안에서 온 인류가 영적 가족이 되는 가능성을 발견하였고, 불교 전통과의 경험적 대화를 통해 종교 간 대화와 수도승 간의 상호 교류의 새로운 길을 여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하느님 안에서 그분이 주신 참다운 나를 찾는 과정이 바로 관상이라 하신 토마스 머튼 신부님은 이것이 우리 시대에 참으로 관상이 절박하게 필요한 이유 중의 하나라고 하십니다. 그래서 요령도 지름길도 없는 영성생활에서 우리는 전 생애에 걸쳐 항상 초보자이므로, 처음부터 뭔가를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절대로 무엇을 아는 데 이르지 못할 것이라고 엄중히 주의를 주십니다. 그래서 서두에 적은 토마스 머튼 신부님의 기도가 더욱 절실해지는 오늘입니다.

 

당신의 밝음은 저의 어둠입니다. 저는 당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저 혼자서는 당신을 알기 위해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만약 제가 당신을 상상한다면, 저는 잘못하는 것입니다. 

만약 제가 당신을 이해한다면, 저는 망상에 사로잡힌 것입니다. 

제가 당신을 안다고 확신한다면, 저는 미친 것입니다. 

저는 어둠만으로도 족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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