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자
2020.10.30 11:52

죽음을 날마다 눈앞에 환히 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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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날마다 눈앞에 환히 두라.”(성규 4,47)

이 말씀은 사부 성 베네딕도께서 수도승들을 위한 당신의 규칙서 「착한 일의 도구들은 무엇인가」에서 하신 말씀으로 하느님을 찾는 모든 수도승들이 매일 실천하는 선행의 도구 가운데 하나로 권고하신 것입니다.

 

죽음 앞에서는 그동안 지탱해 왔던 삶의 모든 가치들이 상대화되고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것, 절대적인 것만이 남기에, “죽음을 날마다 눈앞에 환히 두라.” 하심은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것, 절대적인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하게 하며, 이는 곧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이며, 절대적인 것을 날마다 눈앞에 환히 두라.”라는 말로도 치환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적어도 베네딕도 성인에게 있어 ‘죽음을 날마다 눈앞에 환히 두는 것’은 그분에게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이며 절대적인 분, 곧 ‘하느님을 날마다 눈앞에 환히 두는 것’과 같은 말이라 여겨집니다. 이는 성인의 전기를 저술하신 성 대 그레고리오 교종께서도, 베네딕도는 “하늘에서 내려다보시는 분의 안전眼前에서 당신 자신과 함께 홀로 지내셨다.”(전기 3,5)라고 쓰셨듯이 마음과 정신, 영혼과 힘을 온전히 하느님께 집중하여 그분의 현존 안에 거니는 것, 오직 그것만이 베네딕도 성인의 절대 현실이었음을 보여주는 것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렇게 날마다 하느님의 현존 의식 안에서 그분을 눈앞에 두고 지내셨던 분의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모습을 그레고리오 교종께서는 다음과 같이 묘사합니다.

“그분은 임종하시기 엿새 전에 당신을 위해 무덤을 열어 두라고 명하셨다. 곧이어 그분은 열병에 걸리셨고 심한 열로 쇠약해지기 시작하셨다. 병세는 날로 심해져서 엿새째 되던 날 제자들에게 당신을 성당으로 옮겨 달라고 하셨다. 그분은 거기서 주님의 성체와 성혈을 영하심으로써 당신의 임종을 준비하시고, 쇠약해진 몸을 제자들의 손에 의지한 채 하늘을 향해 손을 들고 기도를 하는 가운데 마지막 숨을 거두시었다.”(전기 37,2)

 

성당에서 기도하는 가운데 마지막 휘장인 죽음을 열어젖힌 베네딕도 성인과 다른 모든 성인들과의 통공을 경축하는 오늘과 죽은 모든 이를 기억하며 특히 정화 중에 있는 이들이 성인들의 영광 안에 빨리 들어갈 수 있도록 기도하는 위령의 날인 내일은 천상과 지상의 교회가 오직 하나의 교회를 이루어 좋으신 삼위일체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을 더욱 소리 높여 찬미하는 아름다운 날들입니다.

 

저희 수도원에도 작년 6월에 하느님 품에 안기시어 수도원 묘지에 처음으로 안장되신 창립자 수녀님 한 분이 이 대열에 계십니다. 내일 저희 공동체는 하느님 안전眼前에서 저희 모두를 위해 든든한 전구자가 되어 주시는 수녀님 묘지에 모여, 살아 계셨을 때 함께 나누었던 삶의 기억과 또 함께할 미래의 모습까지를 떠올리며 수녀님과 다른 죽은 모든 이들을 위해 하느님의 자비를 청할 것입니다.

 

그리고 다양한 색채로 자신을 물들이며 아버지를 향한 순례 여정을 이어가는 우리 자신과 다른 모든 이들도 지옥에 대한 공포나 무서움 때문이 아니라, 두려움을 몰아내는 완전한 사랑으로 우리의 죽음을 날마다 눈앞에 환히 두는 복된 위령 성월을 보내시길 마음 모아 기도드립니다.

 

201101 트라피스트원고 이미지(홈피용).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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