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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말씀
2020.12.04 10:16

‘예.’, ‘아니요.’의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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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최봉원 야고보 신부(교구 총대리)

하느님이 사람에게 주신 능력이 많은데, 그중에서 참으로 감사할 일은 입으로 말할 수 있게 해 주신 것이다. 그리하여 사람은 말로써 자기 의사와 감정을 표현하며 살아간다. 예수님은 마태 5,37에서 그러한 우리에게 분명한 의사표시의 방법으로 ‘예.’ 할 것은 ‘예.’ 하고, ‘아니요.’라고 할 것은 ‘아니요.’라고만 해야 하며, 그 이상의 것은 악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하셨다. 


만약 ‘예.’라고 해야 할 때 ‘예.’라고 하지 못하고, ‘아니요.’라고 해야 할 때 ‘아니요.’라고 하지 못하면 용기가 모자란 부끄러운 비겁자가 되고, ‘예.’라고 할 것을 ‘아니요.’라고 하고, ‘아니요.’라고 할 것을 ‘예.’라고 하면서 부질없는 대담성을 보인다면 용기가 지나친 만용이 된다. 그래서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B.C.384~322)는 용기勇氣를 비겁卑怯과 만용蠻勇의 중용中庸이라고 했다. 


그러면 누가 용기 있는 자일까?
필자는 ‘예.’ 할 것은 ‘예.’ 하고, ‘아니요.’라고 할 것은 ‘아니요.’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용기 있는 자라고 하고 싶다. 


이스라엘의 통일 왕국을 이룬 다윗 왕이 부하 우리야Urijah의 부인 밧세바Bathsheba와 정을 통하고 자기 아내로 삼자, 예언자 나탄Nathan이 왕을 찾아가 ‘한 성읍에 사는 부자가 가난한 사람의 암양을 잡아 자신을 찾아온 사람을 대접했다(2사무 12,4 참조)’라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 말을 들은 다윗은 몹시 화를 내며, 그런 짓을 한 자는 죽어 마땅하니 그 암양을 네 곱절로 갚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자 나탄은 “임금님이 바로 그 사람입니다.”(2사무 12,1-7 참조)라고 말하였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또 있었다.
헤로데Herodes 왕은 로마 출장 중에 이복동생 필리포스의 부인 헤로디아Herdias에게 반한 나머지 그녀를 아내로 차지했다. 그때 세례자 요한이 헤로데에게 “동생의 아내를 차지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마르 6,18)라고 여러 차례 말하였다.


당시 절대 권력자 다윗과 헤로데에게 한 예언자들의 직언은 모험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지만 예언자들에게 나타내 보인 그들의 반응은 각각 달랐다.


다윗은 “내가 주님께 죄를 지었소.”(2사무 12,13) 하고 겸손하게 죄를 고백했다. 그리고 단식을 하며 회개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돌로 골리앗을 때려눕힐 때보다 더 큰 용기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헤로데는 ‘예.’라고 해야 하는데도 ‘아니요.’라고 하면서 회개하지 못하고 만용을 부렸다. 그리하여 헤로디아와 합세하여 옥에 갇혀 있던 요한의 목을 베고야 말았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위급한 상황일 때 비겁하게 살거나 만용을 부리는 자들이 있었고, 또 참 용기를 발휘하여 그 상황을 극복해낸 자들이 있었음을 보아왔다. 


그러므로 우리도 언제나 ‘예.’라고 해야 할 때 ‘예.’ 하고, ‘아니요.’라고 해야 할 때 ‘아니요.’라고 해야 한다. ‘흰 것은 희다고 하고, 검은 것은 검다.’라고 해야 하지 않은가? 그것이 바로 용기 있는 자의 삶이며, 또 “임금님이 바로 그 사람입니다.”라고 했던 나탄과 요한과 같이 용기 있게 예언자적인 사명을 수행하는 것이기도 하다. 동시에 “내가 주님께 죄를 지었소.”라고 한 다윗처럼 자신의 잘못을 솔직히 회개하고, 또 다른 사람의 잘못도 너그럽게 용서해 주어야 한다.


우리 모두 한 해를 마감하고 새해를 계획하는 12월을 지내면서, 비겁도 만용도 아닌 진정으로 ‘예.’와 ‘아니요.’의 용기 있는 삶을 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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