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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황광지 가타리나

상여를 메던 고등학생 이젠 본당의 원로
1932년 설립하여 6칸짜리 목조와가를 지어 사용하던 함안성당은 1939년에 가야읍에서는 보기 드문 고딕식 건물을 신축하였다. 구 성당 건물에는 야학을 열어 한글을 가르치고 독립사상을 고취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그 후 그 건물을 이용하여 삼일 유치원을 설립하여 지역 유아교육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삼일 유치원은 복자 유치원으로 바뀌었다가, 군북 어린이집으로 변경되었고, 현재는 성모 어린이집으로 운영이 이어졌다.

 

201213 함안성당 예전모습(홈피용).jpg

옛 성당과 승리의 동정 성모마리아


지역의 교육·문화가 성당에서 태동하여 성당 중심으로 발전해 나갔다. 이종철 베난시오 신부가 신학생 시절 이곳에 한참 머물렀다. 신학생이 노래를 지도하고 연극을 연출하는 동안 성당의 청년들은 성가나 지휘도 배우고 연극에 출연하면서 본당의 일꾼으로 성장했다. 성탄 성극을 공연한 후 극찬을 받으며, 지역으로 나가 앙코르 공연을 하는 감동을 가슴에 안았다.


지역사회를 향한 복지도 성당에서 맡았다. 함안은 비가 오면 항상 그야말로 ‘물구덩이’였다. 성당 입구까지 물이 찼고, 시장통 등 낮은 지역 사람들은 냄비를 들고 지대가 높은 성당으로 찾아들었다. 신자, 비신자 구분 없이 물을 피해 온 사람들을 거두었다. 결혼식 또한 비신자라도 예식을 치르도록 장소를 제공하고 힘닿는 데까지 봉사했다. 특히 가난한 집에서 초상이 나면 상여를 지는 일이 허다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상여를 메고, 사제의 일을 열심히 도왔던 젊은이들이 이제 본당의 원로로 중심을 잡고 있다.


소나무에 얽힌 잊지 못할 사연
1930대 말에 건축했던 성당은 이 지역에서 서양 건물의 상징 같은 건물이었지만 몹시 낡고, 좁아서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결국 신자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소매를 걷어 올렸다. 건축기금을 모으기 위해 여러 본당을 방문하여 도움을 요청했다. 온갖 어려움을 겪으며 건립한 새 성전은 1997년 6월에 봉헌식을 올렸다. 그동안 조경공사를 통해 짜임새 있는 정원을 꾸몄다. 성모님과 아기 예수님을 안은 성 요셉상이 잔디밭을 아우르며 함안성당의 풍광을 평화롭게 만든다. 

 

201213 함안성당 소나무(홈피용).jpg


또 하나, 대문 왼쪽의 수문장처럼 서 있는 소나무에 대한 사연을 아는 신자들에게는 뜨거운 추억이 담겼다. 1998년 초 겨울이었다. 기증받은 소나무를 산에서 캐서 가져오라는 주임 신부의 지시에 청년 여러 명이 달려갔다. 굴삭기와 전문가도 불렀지만 도무지 뿌리의 끝이 나타나지 않았다. 붉을 밝히고 추위에 떨며 씨름을 했다. 여성 신자들은 밤참을 해다 날랐다. 밤을 지새우고 파낸 소나무를 싣고 이동하는 데도 난관이 무수했다. 논두렁을 눌러 임시 길을 만들고, 도로에 설치된 아치를 몇 개나 들어 올려야 했고, 가는 데마다 걸리는 전깃줄을 자르고 지나가야 했다. 지금으로써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그때 그 시절에는 간절함으로 줄을 대면 통하는 때였다. 두 그루의 소나무였는데, 하나는 시름시름 앓다가 끝내 죽었다. 남은 하나도 뿌리를 내리고 생기를 찾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이제는 성당을 지키는 듯 우뚝하다. 소나무와 씨름했던 신자들은 정으로 결속한 아름다운 그때를 잊을 수가 없단다.


좋은 영향력의 보고寶庫
본당주보 ‘승리의 동정 성모마리아’가 높이 세워져 동네를 인자로이 바라보시던 함안성당은 옛날부터 좋은 영향력을 지역에 퍼뜨렸다. 60년대에는 해외에서 지원된 구호 물품을 성당에서 지역으로 나누는 거점이 되었다. 어려운 사람이면 비신자라고 외면하지 않았으므로 절로 전교가 되었다. 함안성당은 이즈음 어렵사리 마련한 자금으로 공동묘지 땅을 2,400여 평 구입하였다. 가난한 사람들은 신자든 비신자든 선을 긋지 않고 묘를 서도록 받아들였다.


약국을 경영하는 한 신자가 15,000평에 달하는 함안 입곡의 땅을 사서 기증했다. 그 땅에 (재)범숙에서 장애인 거주시설 ‘로사의집’을 건축하여 운영하고 있다. 당시 장애인 시설이 들어온다니 지역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삽을 뜰 수 없는 지경이었지만, 함안성당의 신자들이 손닿는 곳에 힘을 보내고, 기도하며 복지시설을 만들어 냈다. 또 함안지역자활센터도 20년째 운영하며 지역의 저소득층 주민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성당 바로 앞에 원룸이 들어서게 되었을 때도 신자들은 힘을 뭉쳤다. 가가호호 서명을 받으러 다녔다. 서명을 받기 위해 진흙 바닥에 무릎까지 꿇었던 간절함으로 결국 원룸 건축은 무산되었고, 공용주차장으로 변경되었으니 성당을 위해서도 동네를 위해서도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른다.


100년을 바라보며
박 요한 신부를 비롯해 이 요엘 사목회장은 ‘본당순례’의 기회에 역사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랐다. 전임 회장 조 다니엘, 강 야고보, 심 스테파노, 김 요한과 전임 부회장 강 세라피나와 사무장 홍 아나타시아도 자리에 함께했다. 설립 88년이 된 함안성당은 진즉 100주년을 바라보고 있다. 그래서 100주년 기획부장 권 엘리지오도 구석자리에서 선배들의 옛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본당 사정을 훤히 꿰고 있는 사무장은 원로들의 기력이 생생할 때 역사를 정리하고 기록해야 한다며 마스크 속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함안지역의 큰집으로서, 형님성당으로서 자부심을 가진 함안성당이다. 12개의 공소를 관할하며 동분서주했던 복음의 산실이다. 의령본당, 대산본당, 칠원본당을 분가시켰던 땀과 환희와 영광이 고스란히 역사 속에 담겨있다. 이제 90년을 향하고, 100년을 바라보며 다시 길을 묻는 시간이 되었다.

 

201213 함안본당 아치에스봉헌사열식후(홈피용).jpg

본당 아치에스(봉헌 사열식)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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