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말씀
2021.03.04 15:18

절대주의적인 신앙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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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최봉원 야고보 신부(교구 총대리)

절대주의絶對主義는 절대적인 진리를 따라 살아가는 사상이다.
종교인들은 그 종교의 가르침을 절대적인 진리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박해迫害 때의 천주교 신자들은 잡혀가 모진 고문을 받으면서도 배반하지 않고 목숨까지 바쳤다.


본인이 어렸을 적, 고향 공소 신자들의 신앙생활은 이러했다.
첫째, 주일과 대축일에는 아무리 바빠도 모두 함께 모여 공소예절을 하며 파공罷工을 했다. 농번기에 불가피하게 일을 해야 할 경우는 언제나 본당 신부에게 관면寬免을 받았다. 둘째, 조과朝課와 만과晩課, 삼종三鐘, 묵주기도, 부모와 부부와 가정과 자녀를 위한 가정기도 등을 가족들이 매일 함께 바쳤다. 셋째, 부활과 성탄 판공성사는 한 달 전부터 준비했고, 본당 신부가 오는 날에 멀리 사는 신자들은 강을 건너고 산을 넘어왔으며, 아이들은 학교에도 가지 않았다. 넷째, 사순절에는 대재大齋와 소재小齋를 지키고 금연이나 금주 등의 희생도 했으며, 매일 저녁 식사 후에는 공소에 모여 십자가의 길 기도인 성로신공聖路神功을 드렸다. 다섯째, 조부모와 부모 기일에는 신자들을 집으로 초대해 연도煉禱를 바치고 음복飮福을 같이했다.


그런데 요즈음은 신앙생활을 상대주의적으로, 또는 세속주의적으로 하는 자들이 많다.
상대주의적인 신앙관을 가진 자는 종교의 절대적인 진리를 부인하고, 인간의 일은 모두 상대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이런 자들은 신앙생활을 마치 취미활동처럼 생각하며, 어떤 일이 있으면 쉽게 신앙생활을 포기하거나 양보한다. 또 세속주의적인 신앙관을 가진 자는 인간의 존재와 운명을 영원과는 상관없이 현세적인 것으로 생각한다. 이런 자들은 하느님의 뜻과는 다르게 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두가이파 사람들처럼 죽음 후의 삶은 없다고 한다(마르 12,18-27 참조).


우리는 예수님을 그리스도라고 고백하고,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하면서, 그분의 가르침을 따라 살아가는 신앙인이다.
우리나라에는 종교인이 많은데도, 사회 분위기는 많이 혼탁해져 있다.


선거 때마다 상대 후보를 비난하고, 가까웠던 친구도 적대시한다. 곗돈 떼먹고 달아난 계주가 있는가 하면, 생필품에 대한 부도덕한 상거래, 시기와 질투와 거짓으로 인한 원한 관계, 폭력과 사기 등으로 인한 사고들이 있다. 이와 같은 일들이 같은 종교인들 사이에서도 일어난다고 한다. 참으로 마음이 아프다.


본당에서는 사목협의회 임원이 되거나 사도직 단체에 가입하기를 꺼리고, 식당에서의 식사 전·후 기도도 잘 하지 않고, 대화할 때 성경이나 신앙 이야기도 안 한다. 그러니 같은 직장에서 30년을 근무하면서도 서로 신자인 줄 몰랐다고 하는 일도 있다.


이런 현상은 우리가 상대주의나 세속주의적인 신앙관을 가졌기 때문이 아닐까?
물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감동을 주며 잘 살아가는 자들도 많다. 살맛 나는 세상을 만들어가야 할 주체가 종교이고 신앙인들이다. 그러므로 종교와 신앙인이 세속화되어서는 안 된다. 더구나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믿고 살아가는 신앙인이다. 신앙인인데도 참 신앙인으로 살지 않는다면, 어떻게 냉담 교우를 인도하고 비신자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겠는가?


우리의 삶은 마태 5,13-14의 말씀처럼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한다. 빛과 소금이 되기 위해서는 상대적이고 세속주의적인 신앙생활에서 벗어나, 절대주의적인 신앙생활을 해야 하겠다.

 

210307 3면 백그라운드(홈피용).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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