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뜨락
2021.03.18 15:34

몸은 멀어도 마음은 가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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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진희 세레나 시인

아들이 사는 부산 아파트에 갔다. 마침 월요일 아침이라 분리수거 하는 곳에는 택배 상자를 비롯해서 전보다 3~4배 더 많은 쓰레기가 쌓여있었다. 사실 요즘엔 나도 마트에 가기보다 택배를 더 많이 이용하긴 했지만 수거된 양을 보니 입이 떡 벌어졌다. 코로나19가 우리 생활을 완전히 바꿔 놓은 한 부분이겠지만 저렇게 많은 쓰레기들이 가야 할 곳이 어디인가 생각하니 씁쓸했다. 


1인 가구의 급증이나 세대의 구조적 변화로 점차 대면 관계를 꺼리는 언택트 마케팅은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 사회가 큰 변화의 물결을 타고 있는 것이다.  


처음 겪는 팬데믹이 길게 지속되자 나라와 가정 경제에 위협을 가하기도 하고 생활환경을 완전히 바꿔 놓아 지금은 거기에 길들여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런 비대면 생활이 얼마나 지속될지 코로나19 이전의 시절은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마저 든다. 


고백하건대, 그나마 갖고 있던 내 얕은 신앙심도 주일 미사 참석조차 어려워지니 내 속에 하느님을 잊고 산 지 오래인 것 같다. 그래도 본당에서 제공하는 영상으로 미사를 볼 수 있어 다행이지만 함께하기가 쉽지 않다. 나이 들수록 회개해야 할 것, 보시기에 미흡한 부분이 많아 스스로 실망할 때가 많은데도 말이다. 언제나 고해실에 들어갈 때면 떨리는 마음에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나를 당황스럽게 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에 이어 요즘엔 그런 떨림조차 마음속에 남아 있을지 의문이다. 


40여 년의 직장 생활을 마치면서 돌아보면 순간순간 위기가 올 때마다 으레 기도를 하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 복잡한 출퇴근길에 묵주기도 몇 단을 드리다 보면 무사히 일터에 도착한다. 같이 근무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평안을 기원하는 일 년의, 한 달을, 하루를 위해서 기도로 시작하며 기도로써 일과를 마치는 날이었다. 


그러나 이제 긴장하며 지낸 일터를 떠났으니 일상의 간절함이 없어서일까 아무 생각 없이 사는 나를 발견한다. 몸이 멀어지니 마음도 멀어진다. 기도하는 것도, 감사하는 마음도 잊고 산다. 가족, 친지, 이웃 간에 거리 두기를 해야 하는 이때 내가 나를 붙잡으며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비록 ‘몸은 멀어도 마음은 가까이’ 더구나 믿음은 더 철저히 단단해져야겠다. 


늘 부족한 마음은 주님께로 향하며 감사하는 삶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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