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말씀
2021.04.08 15:11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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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최봉원 야고보 신부(교구 총대리)

‘살신성인’은 옳은 일을 위하여 자기 몸을 희생한다는 말이다.  
나라를 지키려고,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려고, 또 진리를 수호하기 위해 목숨을 바쳐 이렇게 살신성인의 삶을 산 자들이 많다. 


의사義士 안중근安重根 토마스는 천주교의 영향으로 민족 계몽사업을 위해 활동했으나, 일제의 침략이 국권을 뒤흔드는 수준으로 확대되자 항일 무장 투쟁으로 노선을 바꾸었다. 그리고 구국일념의 정신으로 1909년 대한독립군의 참모 중장으로서 중국 하얼빈역에서 초대 조선 통감 이토 히로부미를 권총 3발로 저격하여 처단하고, 체포되고 사형 선고를 받아 1910년 31세에 여순 감옥에서 순국했다.


조선의 두 번째 방인邦人 사제 최양업 토마스 신부의 사목활동은 험난하기 그지없었다. 충청북도 진천 배나무 고개 배티梨峙를 거점으로 천안 이남의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지방의 127개 공소를 한 해 동안 7,000리(약 2,800km), 즉 서울과 부산을 세 번 걸어서 왕복하는 활동을 11년 6개월간 했다. 경신박해(庚申迫害, 1859~1860) 때에는 체포되어 얼마간 감금 생활을 하기도 했으며, 베르뇌(S.F. Berneux, 1814~1866) 주교에게 사목활동을 보고하기 위해 서울로 가던 중, 문경의 교우촌에서 누적된 과로와 장티푸스로 인해 1861년 6월 15일 40세에 세상을 떠났다.


의인義人 이수현李秀賢은 일본 유학 중 2001년 1월 26일 오후 7시 15분경 도쿄 신오쿠보新大久保역에서 추락한 취객을 구조하기 위해 뛰어들었다가, 선로로 들어오는 열차에 치여 일본인 사진작가와 함께 27세에 목숨을 잃었다. 그 후 이수현은 한일 우호의 상징 인물이 되었고, 그에 대한 한일 합작 영화 ‘너를 잊지 않을 거야(あなたを忘れない)’가 제작되어 2007년~2008년 일본과 한국에서 개봉되었다. 올해로 20주기를 맞아 도쿄와 부산에서 추모식을 거행하면서, 고인의 뜻을 기려 한국과 일본이 현재의 갈등을 극복해 공생의 관계가 되길 기원했다.


요즈음 우리 주변에도 살신성인의 삶을 사는 자들이 많다. 
소중한 생명을 살리려고 험지에서 일하는 구조대원들과 낙태 수술을 하지 않는 산부인과 의사들이다. 그뿐만 아니라 정의롭게 살고자 촌지나 청탁을 거절하는 공무원, 참사랑 실천으로 죽어가는 사람에게 장기 이식을 하는 자, 또 주일을 거룩히 지내기 위해 일요일에 가게 문을 닫고 미사에 참석하며 봉사하는 자, 이웃을 구하려는 이수현처럼 목숨을 내놓는 자이다.


죽음을 이기고 되살아나신 예수님이야말로 철저한 살신성인의 삶을 사셨다. “친구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요한 15,13)라고 하신 말씀대로, 죄도 없으신 분이 죄인으로 몰려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땅에 묻히셨다. 그리고 부활하여 인류에게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해 주셨다.


우리는 주님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인생이 죽음으로 끝나지 않고, 살신성인으로 살다 죽는 것이 곧 영원히 사는 것임을 알았다. 그래서 우리도 밀알처럼 죽어 열매를 맺고, 소금처럼 녹아 맛을 내며, 초처럼 태워져 빛을 내야 한다. 이것이 부활 신앙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면서 가경자可敬者 최양업 신부가 탄생 200주년을 맞아 그의 시복을 기원하고 있다. 한국의 사도 바오로라고 불릴 만큼 선교 열정과 뛰어난 성덕으로 착한 목자의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한국 천주교 초석을 놓아준 ‘땀의 순교자’ 최양업 신부를 본받아 우리도 살신성인의 삶을 살아 교회 발전에 이바지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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