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다 공인중개사 사무소 앞을 지난다. 사무실 유리창에는 매매를 원하는 물건들의 상세정보가 다닥다닥 붙어있다. 역병으로 사람들의 모임이 제한되면서 경기가 안 좋으니 그 물건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별로 관심 두지 않아도 집을 나서면 신작로까지에는 서너 군데의 중개사 사무실이 눈에 띈다. 그런데 어느 날 그중 한 곳에는 빼곡히 붙어있던 것들이 모두 사라지고 그 중개사 사무실 자체를 임대한다는 전단 한 장만 달랑 붙어있었다. 부동산을 중개하는 것이 주업인데 자기 사무실을 세놓는다는 게 뭔가 짠했다.
코로나로 인해 고통 받고 있음은 미국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의 한 식당에서 손님이 식당 직원들에게 1,800만 원이 넘는 거액의 팁을 선물했다고 폭스뉴스가 보도했다. 뉴햄프셔주의 한 음식점에서 어떤 손님이 팁으로 16,000달러를 내놓은 것이다. 핫도그와 음료수 등 37.93달러(약 4만 원)어치의 식사를 한 뒤 음식값의 약 420배가 넘는 팁을 주었다. 당시 거액의 팁을 보고 놀란 직원은 “세상에, 진심이세요?”라고 손님에게 되물었다고 한다. 이에 손님은 “여러분들이 그걸 나눠 가졌으면 좋겠다.”라며 “코로나로 힘든 상황에서도 열심히 일하는 여러분은 이 돈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가진 게 있어야 베풀기는 하겠지만 많이 가졌다고 해서 쉽게 베풀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우리나라에도 미담이 많고, 연말이면 해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얼굴 없는 천사 등 어려울 때 소리 소문 없이 남을 도와주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그들이 베풀 때면 천원 권 지폐와 동전까지 포함된 것을 보아 그야말로 탈탈 털었다. 문득 故 김동한 신부님이 생각난다. 대구에서 밀알결핵요양원을 운영하셨던 신부님은 양식이 떨어지는 것을 걱정해보지 않았다고 한다. 쌀독 바닥이 드러나면 제단 앞에서 하느님께 기도드렸고 그러면 신기하게도 누군가가 쌀가마니나 돈을 두고 간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쌀 떨어진 날 아침 일찍 미국에서 우편으로 돈이 부쳐온 적도 있었다고 한다. 나는 그 말을 믿는다. 저렇게 송두리째 털면서 해마다 그 선행을 반복하는 걸 보면 하느님께서는 누군가에게 계속 채워주면서 자비를 구하는 이들에게 손길을 뻗으심이 눈에 보이는데 어찌 믿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내일을 걱정하지 말라는 가르침을 그렇게 들어도 남몰래 내일뿐만 아니라 그 훨씬 뒷날까지도 걱정하는 나에게 가르침을 주기 위하여 하느님은 세상을 어렵게 하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많은 외국인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한국어 중의 하나이며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안녕하십니까?’라고 상대방의 안부를 묻는 독특한 인사법에서 한국만의 매력에 빠져든다고 한다. 남을 배려하기 위한 십시일반의 상부상조문화는 정말 자랑할 만 한 유산이다. 우리가 행하는 작은 손짓하나 움직임 하나하나가 하느님 보시기에 참 좋으실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삶을 살아가야 함을 이 어려운 시기를 통해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