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뜨락
2021.09.02 14:41

나는 왜 성당에 다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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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조정자 이사벨라 수필가

계절과는 상관없이 밤이거나 낮이거나 일할 때나 쉴 때나 감각할 수 있는 모든 공간 안에서 나를 휘어잡고 있는 이것, 나는 왜 성당을 다니는가이다. 마땅한 답이 없다. 마치 왜 사는가라는 물음처럼, 필요한 물음이기도 하지만 꼭 거쳐야 할 물음은 아니다. 이런 고민을 하고 안 하는 것에 있어 삶의 차이가 있는지도 모르겠고 이에 대한 해답을 얻었다 해도 그것이 변화로 이어질지는 더더욱 모르겠다. 


성인이 되어 세례를 받았는데 이런 결정을 생각 없이 하였겠느냐. 그때는 분명히 생각했고 그래서 선택했다. 착하게 살고 싶었다. 성당에 가면 착해질 줄 알았다. 복을 받고 싶었다. 착하게 살면 복은 절로 따라오는 줄 알았다. 온 생애를 복으로 채우고 싶었다. 노력해서 얻기보다 복에 더 의존했다. 착하게 사는 것을 그리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것은 폭탄을 안고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자폭이었다. 그때는 거꾸로 생각했다. 가장 쉽고 편안할 것 같았다, 왜냐하면 어릴 때부터 착하다는 말을 많이 듣고 자랐기 때문이다. 그 근거는 그저 인사 잘하고 잘 웃고 잘 양보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살던 대로만 살면 될 줄 알았고 그래서 성당이 내 몸에 딱 맞아 보였다. 


그러나 사회가 보는 착함과 교회가 보는 착함은 달랐다. 사회는 기교와 표현에 의존한다면 교회는 치열하고 다이내믹했다. 구체적이고 선이 뚜렷했으며 그 기준이 매우 까다로웠다. 사회는 성향으로 판단한다면 교회는 태도를 원했다. 나약한 모습으로 동정심을 유발하는 수동적인 모습이 아닌 명민하고 똑똑한, 간결하면서도 깊이가 있는 부지런함을 원했다. 이미지가 아닌 실체였다. 안일한 생각으로 접근했던 나에게는 이것은 무섭고 끔찍했다. 나는 왜 교회에 다니게 되었는지를 모르는 것이 맞았다. 미리 알았다면 절대 들어서지를 않았을 것이다.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기쁘다. 모든 것을 알고 판단하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 전혀 다른 해석으로 판단하고 결정했는데도 세상 이치를 다 깨우친 것 같은 결과가 나온 위대한 결정도 나에게는 많았다. 


가령, 지금 내 남편의 아내가 돼 있는 이 자리, 내 아들의 엄마가 돼 있는 이것, 당신의 후배가 돼 있는 이것, 선생님의 지인이 돼 있는 이것, 나답지 않은 내가 돼 있는 이것, 나보다 더 큰 내가 돼 있는 이것들이다. 성당은 나에게 해석의 기적을 주었다.


또한 그것이 착한 것이 아니라는 것도 깨우쳐 주었다.

 

210905 3면 영혼의뜨락(홈피용).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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