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뜨락
2021.12.27 16:26

씨동무 못자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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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영자 젬마 시인

주님바라기 형제자매님들 안녕하세요.
2022년 새해를 맞이하여 새해 인사드립니다.
속정 쌓인 그대들이 그리우면 전화로 안부를 묻곤 했는데
새해 첫 주일 오늘은 교구보 ‘영혼의 뜨락’에서 인사하게 되어 기쁩니다.
제 산청살이도 어언 열두 해로 접어들고 소일하는 텃밭일이 제법 늘었습니다.
간밤에는 어찌나 세찬 바람이 창문을 두드리는지 잠을 설치고 날이 밝자
얼른 산밭으로 갔습니다.
다른 사람은 마늘밭에 까만 비닐을 씌우는데 나 홀로 맨땅에다 심었으니
추위에 얼어붙지 않았나 걱정했는데 다행입니다. 
사방에서 날아온 낙엽이 속옷처럼 솜이불처럼 풋마늘을 감싸고 
그 온기에 냉이 꽃다리가 꽃을 피웠습니다.
비닐 덮어쓴 밭에서는 구경도 못할 풍경입니다.
아직 봄이 까만데 풀꽃이 서둘러 핀 까닭은 아무래도 그대들에게 
풀꽃의 숨결을 전해 달라 조르는 것 같습니다.
혼자 보기 아까운 이것을 어서 받으십시오. 나이만큼 늙지 못하는 이 마음도요.
저희 집은 안개 잦은 운곡마을 윗담과 아랫담의 가운데에 있습니다.
밭에 살다시피 하는 초보자를 보기에 답답한지 농부 어르신들이 오르내리다
한마디씩 합니다. 풀이 억세기 전에 풀약 치라고요. 벌레가 달려들기 전에
살충제 치라고요. 영양실조에 걸린 배추밭에 어서 비료를 줘라 등입니다.
그러나 세 가지 말을 하나도 듣지 않으니 등 뒤에서 뒷담들을 합니다. 
벌레를 키우는 사람 잡초를 키우는 사람이라고요, 어쩔 수 없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오만 생물들과 같이 살리라 우리집 이름을 ‘씨동무 못자리’로 지었으니까요
밭머리에 선 대추나무 그 아래 넙덕바위는 고마우신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 올리는 기도처입니다. 지구의 한 모서리 순한 땅심을
독한 약물로 괴롭히지 않고 철기시대처럼 호미질하며 지키고 싶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바라는 것’을 주시지 않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주시는 분이시다” 말씀을 묵상하며 지금의 삶과 생각이 변하지 않고
주님께서 인도하시는 빛의 길에 이음 길 되기를 갈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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