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뜨락
2022.01.13 11:19

“좋은 일 하네예”

조회 수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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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미숙 까리따스 시인

새해다. 이렇게 해가 바뀌면 뭔가 새롭고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기대를 하게 된다. 
본인 역시 예외는 아니다. 지인들은 나를 보고 가끔 “좋은 일 하네예” 하면서 격려를 해 준다. 그런 말을 들으니 진짜 좋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웠다. 


30여 년은 유치원에서 아이들과 놀다가 지금은 거동이 불편해 도움이 필요하거나 약간의 인지활동이 필요한 어르신들과 함께 지내고 있다. 어르신들의 특성 중 일부는 정상사고를 하며, 자기가 원하는 활동을 하지만 또 일부는 “여가 어디고?”를 반복하며 자꾸만 밖으로 나가시려는 분. 인지는 좋아 모든 걸 알고 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아 휠체어에 의지하는 분, 종일 묵주를 들고 방에 앉아 기도만 하시는 분 등등 다양하다. 


작년 여름 용팔 어르신이 입소하게 되었다. 어르신은 젊은 날 연봉 1억 원이 넘는 대기업에서 간부를 하던 분이다. 교통사고를 당해 신체의 절반은 쓰지 못하고, 나이는 65세로 젊은 편이지만 머리를 다쳐 정신연령은 여섯 살로 되돌아간 분이다. 게다가 그는 첫날부터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는 절대로 빼지 않으려 하고,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걸어 다니니 넘어질 것 같은 위험도 있어 보였다. 


그림그리기 시간에는 크레파스를 쥐어주면 손에 힘이 없어 자꾸만 떨어뜨린다고 아예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도 했다. 그래서 우리는 용팔씨 케어에 대해 방법을 의논하다가 크레파스를 손가락에 고무줄로 묶어서 색칠공부를 하게 하면 어떨까? 하고 시도를 해 보았다. 여러 번의 설득 끝에 고무줄로 묶은 크레파스로 동그라미 줄긋기만 두세 달을 반복했고, 용팔씨도 잘 따라주었다. 


그런 어느 날 용팔씨가 나를 급하게 불렀다. 
“누우야(누나) 이리 와봐라, 이거 내가 그렸다이, 봐봐, 여기 물고기도 산다. 헤헤” 하면서 그림 한 장을 들고 자랑을 한다. “참 잘 그렸다”고 칭찬을 해 주며, 다음은 무엇을 그릴지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그러자 용팔씨는 “음… 천사를 그릴 거다. 천사는 맨날맨날 좋은 일만 한다쿠대, 나처럼 손 아픈 사람도 도와주고… 우리 마누라가 그러대.”라면서 천사인지 새인지도 모를 날개를 그리고 있었다. 


순간, 이렇게 몸이 불편하고 사고를 제대로 못하는 사람도 좋은 일을 한다는데 나는 뭘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좋은 일… 그렇다. 오늘 하루도 실수한 어르신들의 기저귀를 갈아드리면서도 찡그리지 않게 해 달라고 코로나19로 한참 못 뵌 하느님께 기도를 올려야겠다. “오늘도 좋은 일 많이 하게 힘을 듬뿍 주소서”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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