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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은정 엘리사벳 교수/경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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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의 『마음의 부력』은 2021년 이상문학상을 받은 작품이다. 소설에는 죽은 큰아들, 어머니, 소설의 화자인 작은아들 내외가 등장한다. 주인공이자 동생인 성식은 말 그대로 모범생이다.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아도 군말 없이 공부하고,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공무원이 되고, 결혼해 가정도 꾸린다. 반면 형 성준은 무엇이든 얽매이는 걸 싫어하고, 연극과 문학에 빠져 청춘을 보내고, 변변한 직장도 얻지 못하고, 가정도 이루지 못한 채 사고로 죽고 만다.


형이 죽은 후 어느 날 어머니는 불현듯 쓸 곳이 있으니 이제는 돈을 돌려달라고 한다. 돈을 빌린 일이 없기에 어머니가 왜 그러는지 성식 부부는 의아하기도 하고 걱정도 된다. 그러다가 다음날 전화를 통해 그 이유를 알게 된다. 어머니는 형 생전에 딱 한 번 싫은 소리를 했었다. 돈을 좀 달라는 형의 요청을 매몰차게 거절했던 것이고, 이 일이 평생 마음에 남아 있던 어머니는 맏이가 살아 있다는 혼몽함 속에 돈을 돌려달라고 했던 것이다.


딱 한 번, 지방 어느 소도시에서 연극을 하고 지낼 때였는데, 카페를 하겠다고 도와달라고 했다. … 제풀에 기분이 언짢아져서 아마 좀 듣기 싫은 소리를 했던 것 같다. 나이가 몇인데, 언제까지 그러고 살래? 성식이 사는 거 좀 봐라……. 세상에! 내가 미쳤지. 왜 그런 소리를 했을까? 


주인공 성식은 사랑이 언제나 공평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 왔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사랑받지 못하는 또 다른 누군가를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형처럼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도 힘들지만, 자기처럼 편애를 받는 사람도 그 부담감이 크다고 말한다. 어머니 리브가로부터 편애받았던 야곱 역시 형 못지 않게 공평하지 못한 사랑의 피해자였다고 하면서.


그런데 어머니의 심정을 알고 나서는, 그 사랑을 베푸는 사람이 져야 했을 짐은 헤아리지 못했다는 걸 깨닫게 된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이 결코 또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었던 것이다. 내가 생각했던 형의 소외감, 나의 부담감, 이 모두 어머니의 마음은 아니었던 것이다.


상실감과 슬픔은 회한과 죄책감에 의해 사라질 수 있지만, 회한과 죄책감은 상실감과 슬픔에도 불구하고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오히려 그것들에 의해 더 또렷해진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사랑의 대상인 야곱이 져야 했을 마음의 짐에 대해서는 제법 깊이 생각하면서 그 사랑의 주체인 리브가가 져야 했을 마음의 짐에 대해서는 깊이 헤아리지 못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머니는 베란다의 화초들을 파랑이, 쭉쭉이, 하늘이처럼 제각기 이름을 지어 불렀다. 그 꽃의 색깔, 잎의 생김새에 맞게 이름을 부르고 공평하게 어루만져 주는 것이다. 우리 모두 하느님 앞에서 그런 존재가 아닐까. 에서가 소외되고, 야곱이 편애받고, 누군가는 성공하고, 누군가는 힘들게 산다고 해도, 하느님의 사랑의 계산법은 틀림없이 공평할 수 있어서 우리 인간은 똑같이 사랑받고, 똑같이 소중한 존재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너고, 너는 나다. 소설의 마지막에 주인공 성식은 어머니의 전화를 어머니의 착각 그대로 형 성준인 듯이 받는다.


네, 성준이예요. 별일 없지요? … 그런데 어머니, 지난번에 내가 말한 거요. 조건이 괜찮은 카페가 싸게 나왔다는 거. 그거 이번 주에 계약을 하려고 하는데…….

 

220515 8면문학과신앙 백그라운드(홈피용).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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